국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장기 경제계획을 세운다. 유능한 공무원들이 모두 달라붙어 수시로 계획을 수정하고 개선한다. 큰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큰 틀의 방향을 설정하고 계획에 맞춰 경영자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개인은 다르다. 일개 개인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미래를 어림잡고 삶에 대한 장기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급급하고 마땅한 지향점 없이 매일같이 크고 작은 좌절을 겪는다. 장강명 작가는 소소하다면 소소한 우리들의 좌절에 ‘미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미세 좌절에 관한 담론들을 책 <미세 좌절의 시대>에 담았다. 2016년부터 8년여간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90여 편의 글을 엮었다.
우리는 날마다 좌절하며 살아간다, 다행인지 미세하게 [서평]
저자는 영국 정부에 신설된 ‘외로움 담당 장관’, 코로나19 시기의 배달 노동자 문제, 소셜미디어에서의 ‘밈(meme)’ 등 사회적 현상과 정치 팬덤, 지역 갈등과 세대 갈등, 남북 대립 문제 등 한국 정치의 모습을 1부와 2부에서 폭넓게 다뤘다. 이어 3부와 4부에선 삶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확장해나갔다.

앨빈 토플러는 1970년 <미래의 충격>을 통해 세계는 점점 빠르게 변할 것이고, 어느 지점에 이르면 변화의 내용이 아니라 속도 자체가 사람들에게 좌절을 안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자는 “지금 우리는 토플러가 우려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은 계획을 원한다”며 “예전보다 훨씬 더 촘촘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 전체 일정이 외부 변화에 그만큼 더 취약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인들은 삶의 목적이 생존 그 자체가 돼버린 탓에 ‘인생이 참 계획대로 안 된다’는 좌절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쉽게 들뜨거나 비관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 차분한 희망이 있다”고 강조하며 이 혼미한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다.

기자 출신 소설가이자 작가답게 문체가 깔끔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이슈를 다룬 글도 있어 시의성이 부족한 건 아쉬운 점이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