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과 결혼해줘' 분석…김경애 교수 "자기 삶 개선하란 메시지"

웹소설과 웹툰에서 '회귀·빙의·환생'(이하 회빙환) 설정이 유행하는 이유를 분석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다.

현재 삶이 실패했다는 생각 때문에 마치 게임 속에서 재시작 버튼을 누르듯 아예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청년층의 자포자기식 정서가 담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주인공이 새 삶에서 지나치게 부지런하다고 느낀 적 없을까.

주인공은 생전의 원수들에게 복수하고, 틈틈이 미래 정보를 활용해 돈도 벌고, 새로운 사랑도 찾는다.

이 가운데 '회빙환'의 유행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좀 더 성공하려는 현대 한국인의 욕망이 담겼다는 내용의 학술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끈다.

'회빙환' 웹소설에 포기만 있다?…"더 나은 삶의 욕망 담겨"
16일 김경애 목원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쓴 학술 논문 '회빙환과 시간 되감기 서사의 문화적 의미'에서는 '회빙환'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렇게 살겠다는 재건과 자조(自助), 개선의 욕망이 함축돼 있다고 봤다.

논문에서 중점적으로 분석한 작품은 웹소설 '내 남편과 결혼해줘'다.

이 웹소설은 남편과 친구에게 이용당한 뒤 쓸쓸한 죽음을 맞았던 주인공 강지원이 과거로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10년 전 자기 몸으로 깨어난 지원은 파혼을 택해 생전에 자신을 괴롭히던 남자친구 민환과 시댁으로부터 벗어난다.

또 수시로 자신의 것을 탐내던 친구 수민을 부추겨 민환과 결혼하게 만드는 것으로 복수를 완성한다.

복수에만 골몰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지원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한 화장을 하고, 회사 동료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으며 주체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

능력 있는 유지혁 부장과의 로맨스도 나오지만, 지원의 연애보다는 속 시원한 복수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많은 독자가 평범한 여자 주인공과 능력 있는 남자 주인공의 연애를 보며 대리만족하는 이야기보다도, 주인공이 속 시원하게 복수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것에 열광한 셈이다.

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인공이 잘되는 과정이 일종의 '복수담'이자 '회복담'"이라며 "러브라인은 그 '회복담'의 한 줄기일 뿐인데도 로맨스 장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회빙환' 웹소설에 포기만 있다?…"더 나은 삶의 욕망 담겨"
'회빙환'은 그저 승승장구하는 주인공에 대한 대리만족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독자들도 현재 삶에 충실해지라는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40대에서 20대로 돌아가게 되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성공의 기회들을 보게 된다.

작품 밖 20·30대 독자들의 눈에도 어쩌면 (그 기회가) 보일 수 있다"며 "우리도 현재 삶에서 성공의 기회를 차분히 찾아보면서 자기 삶을 개선하라는 메시지도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2024년 제1호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