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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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들이 나눠갖는다는 협의를 끝내지 않았다면 채권자가 특정 상속인에게 상속받은 현금으로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A씨가 상속받은 재산 중 현금은 추심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 반발해 채권자들이 낸 상고를 최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A씨는 2019년 2월 아버지의 사망으로 어머니 B씨와 형제 세 명과 함께 재산을 상속받았다. 이들이 물려받은 재산 중 약 8억원이 현금이었는데 B씨가 상속인들을 대표해 이 현금을 모두 상속세 납부에 사용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채권자들은 “법정상속분을 따져보면 현금 8억원 중 A씨가 약 1억4500만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상속받은 현금을 통해 빌려간 1억3500만원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상속받은 현금을 모두 가져갔던 B씨를 상대로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자들은 재판과정에서 “B씨가 A씨를 뺀 나머지 자녀들과 협의해 상속받은 현금을 모두 갖기로 협의했기 때문에 A씨가 법정상속분만큼 상속받은 현금을 나눠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 측은 “상속받은 재산이 금전이면 모든 상속인의 협의가 있어야 개별적인 처분이 가능하다”며 “이 협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상속인의 채권자라도 해당 현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채권자들은 1심에선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은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상속인 전원이 해야 하기 때문에 B씨가 한 협의는 어떤 법적 효력도 없다”며 “A씨는 다른 상속인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을뿐 개별 재산인 현금을 나눠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의 청구 역시 상속재산 분할협의나 분할심판이 이뤄지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