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부족해진 미국인들이 퇴직연금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뱅가드그룹의 약 500만 개 401K 계좌 중 3.6%에서 조기 인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2.8%)보다 0.8%포인트 상승했고 지난 5년 평균(2018~2022년)인 2.16%보다도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401K를 현금 인출기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401K는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이다. 투자 이익에 과세를 유예하고 은퇴 후 적립금 인출 시 낮은 소득세율을 적용하지만 중도 해지 땐 소득세와 벌금을 물린다.

지난해 뱅가드그룹의 401K 계좌 조기 인출 금액은 2022년에 이어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부 가입자가 생활비 명목으로 노후 자금을 끌어다 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세청은 생활고와 관련한 사유에만 인출을 허용하고 있다. WSJ는 “미국은 고용 호조로 근로자 소득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식료품, 보육비, 자동차 보험료도 계속 올라 국민들이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미국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소비자 기대 조사’에 따르면 2월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3년 후 2.7%로, 한 달 전 조사 대비 0.3%포인트 올랐다. 5년 후는 2.9%로 전월 조사 대비 0.4%포인트 상승해 작년 8월(3.0%) 후 가장 높았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