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나 집주인의 허락 없이 다세대주택의 공용현관을 드나든 것만으로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전 여자친구인 B씨가 사는 다세대주택에 들어가 피해자 집의 현관문에 피해자의 사진을 놓는 등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A씨는 도어록 등 보안 장치가 없는 다세대주택의 공동현관을 거쳐 건물 계단 등에 드나들었을 뿐 피해자 집의 현관문을 열려고 하진 않았다.

법원은 다세대주택의 공용 공간에서 이뤄진 A씨의 행위가 피해자의 주거 평온을 깨는 ‘침입’으로 볼 수 있는지 따져봤다. 1심 재판부는 주거침입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상고심 재판부는 “다세대주택의 공동현관 등 공용 공간은 사생활 및 주거 평온 보호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라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출입을 승낙한 사실이 없고, 출입 사실을 알게 된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피고인의 행위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은 피해자 주거의 사실상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이 사건 건물에 출입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