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전으로 번진 한미 법정 공방…28일 주총 전 결론 날 듯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촉발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비방전으로 번졌다. 통합 과정에서의 경영권 분쟁 상황과 자금 조달의 필요성의 여부는 물론 경영능력, 가족간 물리적 충돌 등 사적 영역까지 언급됐다.

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 대상 제3자 배정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2차 심문이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양측의 추가 자료를 오는 13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오는 28일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가처분 인용 여부는 주주총회 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2차 심문에서도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과 통합을 추진한 모친 송영숙 회장이 대표로 있는 한미사이언스 측은 통합결정 과정이 경영권 분쟁 상태에서 진행된 것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임 사장 측은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이후 상속 문제를 두고 이미 갈등을 빚어왔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갈등으로 경영권에 불확실성이 발생한 상황에서 모친인 송 회장이 임 사장을 경영에서 배제한 채 통합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제3자 배정 신주을 발행할 정도로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다 불명확한 OCI그룹과의 시너지, 신주 발행 외 다른 대안을 찾지 않은 점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임 사장 측의 주장에 한미사이언스 측은 창업주 타계 후 경영권 분쟁 상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여기에 한미사이언스의 재무상황이 갈수록 악화돼 유동성에 문제가 있고, 주주배정 유상증자 외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OCI그룹과 연구개발(R&D) 중심의 부광약품과의 시너지도 크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통합 과정에서의 경영권 분쟁 상황과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모자간 비방전이 격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임 사장 측 대리인은 "모친인 송 회장이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미술관장으로 활동하며 스스로를 관장, 작가로 불러달라는 말까지 했다"며 "선대 회장이 타계하자마자 경영권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사장이 경영권에서 배제되는 상황에서 가족간 물리적인 충돌까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측 대리인은 "임종윤 사장은 회의 참석도 안 하고, 개인 사업에만 주력했다"며 "재직하는 동안 얼굴을 봤다는 직원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종윤, 임종훈 사장이야말로 이번 합병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장하는 등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모자간 갈등 역시 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1월12일 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과 각 사 현물 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해 통합한다고 밝혔다.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들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구주·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포함해 총 27%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 지분 10.4%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후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발한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박승원기자 magun122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