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경선 두 척이 지난 5일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해 필리핀 선원 네 명이 부상을 당했다. 앞서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암초 부근에서 보급 임무를 수행하던 자국 함정이 중국 해경선과 부딪혀 선체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해상 영유권을 놓고 필리핀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 군이 남중국해의 섬과 암초를 개발해 자국 군대를 주둔시키기로 했다. 필리핀은 2022년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미국과 ‘철통같은 동맹’을 맺으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대만에 친미·반중 정부가 들어서며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진 데 이어 남중국해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1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메오 브러너 필리핀 합참의장이 전날 기자들과 만나 “더 많은 군대가 주둔할 수 있도록 남중국해의 섬과 암초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군은 남중국해의 전략적 요충지로 손꼽히는 티투섬, 난산섬에 담수화 장치와 통신 장비를 새롭게 설치할 방침이다. 브러너 합참의장의 이번 발언은 중국과 필리핀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필리핀의 강경 조치로 풀이된다. 브러너 합참의장은 또 “필리핀 군이 내부 방어에서 영토주권 수호로 초점을 옮겼다”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필리핀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자 1999년부터 ‘세컨드 토머스 암초’를 포함해 남중국해의 섬과 암초 총 9개를 점유, 이를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상설재판소(PCA)가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2016년 판결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자신들이 남중국해에 임의로 조성한 인공섬에 활주로와 레이더 등 군사시설을 늘리고 있다.중국이 인근 국가들과의 마찰을 감수하고 남중국해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곳이 지닌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세계 해상 물동량의 30% 이상이 오가는 물류 요충지다. 석유 매장량이 300억t(세계 매장량의 10%)에 달하는 등 자원도 풍부하다.중국은 이미 1980년대 태평양 섬을 사슬처럼 이은 가상의 선(도련선)을 설정했다. 쿠릴열도에서 시작해 일본·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에 이르는 1도련선을 장악하기 위해선 남중국해를 내해로 만드는 게 필수다. 그래야 태평양에서 미국과 직접 맞서는 3도련선까지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필리핀과 중국 간 남중국해에서의 충돌은 마르코스 정부가 들어선 뒤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군에 필리핀 군사기지 네 곳의 사용 권한을 주는 등 확실한 ‘친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군이 사용 권한을 확보한 군사기지에는 필리핀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최전선과 대만에서 불과 360㎞ 떨어진 최북단 지역이 포함됐다. 미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공동순찰과 연합 군사훈련도 강화하고 있다.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중국 해경이 10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 어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는 장면을 필리핀 해안경비대(PCG)가 공개했다. 중국 해경은 이날 “필리핀 함정이 우리 해경 함정을 고의로 들이받아 측면 충돌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필리핀 측은 “중국 해경이 자국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쐈고 이로 인해 일부 장치가 손상됐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이 남중국해 광구에서 탐사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원유 생산에 성공했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약 1076만 배럴, 금액으로는 1조원(국제 유가 배럴당 90달러 기준) 규모다. 이 회사가 탐사부터 개발, 생산까지 해낸 첫 사례로 꼽힌다. 자원 개발 프로젝트 성공률이 10%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연매출 4000억원 발생 전망SK이노베이션의 자원 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중국 국유 석유기업인 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CNOOC)와 함께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있는 17/03 광구 내 루펑(LF) 12-3 유전에서 최근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중국 선전시에서 300㎞ 떨어진 이 광구는 약 44㎢ 규모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원유는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출이 가능하며 필요시 국내에도 도입할 수 있다.두 회사는 이 광구에서 내년부터는 하루 최대 2만9500배럴을 생산한다.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1% 이상이다. 해당 사업은 CNOOC가 60.8%, SK어스온이 39.2% 지분을 보유했다. 최대 생산량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SK어스온은 연간 약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유전 개발은 영업이익률이 연 50% 안팎으로 높은 편이어서 연간 약 2000억원을 배당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K어스온이 2년 내 광구 개발에 들어간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SK어스온은 이 광구를 개발하기 위해 2015년 CNOOC와 광권 계약을 맺었다. 이후 지질 조사, 물리 탐사 등 기초탐사 작업을 바탕으로 2018년 탐사정 시추로 원유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 평가, 생산시설 건설 등을 통해 8년 만에 원유를 뽑아내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독자 탐사 사업으로 원유 발견부터 개발, 생산까지 해낸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원유 등 자원 개발 프로젝트는 성공률이 10% 미만이라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 사업으로 통한다.원유 개발과 탄소 감축 동시에국내 정유사는 글로벌 정유업체와 달리 자체 보유한 유전이 거의 없다. 수입한 원유를 가공한 석유 제품을 판매하는 구조여서 정제마진에 의존해야 한다. 셰브런이 지난해 석유 시추 등 자원 개발을 통해 거둬들인 순이익이 전체의 85%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SK어스온의 유전 개발 사례가 정유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이 회사는 8개 국가에서 10개 광구, 4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했다. 10개 광구의 생산량은 하루 5만2000배럴(석유 환산 기준)에 달한다.SK어스온은 원유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발전기 배기가스 폐열 재활용, 설비 전동화 등을 생산 시설에 도입했다. 원유 생산에 쓰이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원유를 운반할 때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이용해 탄소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원유 광구를 개발하면서도 탄소 발생량을 줄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석유 개발로 축적한 탐사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명성 SK어스온 사장은 “1983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시작한 뒤 40년간 축적한 노하우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