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학교 선택권 확대" vs "남학생 내신 불이익 우려"
인천 도림고 남녀공학 전환 놓고 갑론을박…주요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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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최초로 일반 남자 고등학교를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는 시도에 찬반 입장이 팽팽히 나뉘고 있다.

5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택지 개발로 조성된 남동구 서창지구에는 현재 남학교인 도림고가 유일한 고등학교로 자리 잡고 있다.

서창지구 내 만월중이나 서창중을 졸업한 남학생들은 도림고는 물론 주변에 만수고까지 있어 고교 통학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경우 서창동에는 진학 선택지가 없어 4∼7㎞ 떨어진 학교로 원거리 통학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만월중·서창중을 졸업한 여학생 200여명은 대부분 논현동 고잔고·논현고나 만수동 문일여고·숭덕여고로 진학했다.

예비 여고생 학부모들은 자녀가 대중교통으로 왕복 1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하는 것을 피하고자 이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은 남학교인 도림고를 남녀 공학으로 전환해 여고 부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타당성 연구에 나섰다.

경인교대 연구팀이 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도림고 남녀공학 전환 타당성 연구'를 진행한 결과 찬반 이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선 도림고 교사와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은 남녀 공학 전환에 강하게 반대했다.

설문에 응답한 도림고 교원 중 90%(45명), 학부모 76%(92명), 학생 64%(64명)는 남녀 공학 전환에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남녀 공학 전환 시 건물 증축공사에 따른 학습권 침해와 도림고 남학생의 내신 성적 저하, 생활지도 문제 등을 우려했다.

반면 초등생 학부모 70.8%(313명)와 중등생 학부모 64.3%(142명)는 남녀 공학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여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의 경우 90.5%(360명)가 찬성했으며 서창1동 주민 58.2%(96명), 서창2동 주민 65%(386명)도 동의했다.

찬성 이유로는 여학생의 학교 선택권 확대와 올바른 양성평등 교육,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따른 선택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남녀 공학 전환 시 적절한 지원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과 함께 현재 통학 문제와 관련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동안 인천의 일반고 가운데 남녀 공학이 단성 학교로 전환된 사례는 있었으나 단성 학교가 남녀 공학으로 바뀐 적은 없었다.

이에 경인교대 연구팀은 "도림고의 남녀공학 전환은 일부 지역의 민원이지만, 그 영향은 남동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남녀 공학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기준이나 절차를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전환을 가정할 때 그 시기는 적어도 2026년 이후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찬반 의견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이해 당사자 간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합의점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