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재명 지키자'던 친명 의원의 돌변
총선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이 연일 이재명 대표와 친명(친이재명) 지도부를 저격하고 있다. 이 대표가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을 비난하는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과는 “너네 대표님이 나를 패대기쳤다”며 문자와 SNS로 살벌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내 친명 집단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강성 친명계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에서 활동해온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앞장서서 엄호해 왔다.

지난해 9월 백현동 사건·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던 날 “검찰 독재와 온몸으로 싸우는 당대표를 지켜내자”고 SNS에 썼다. 그랬던 그가 공천에서 배제되자 돌변해 “이 대표를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며 이 대표를 물어뜯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친명계는 지향점을 공유하는 정치적 동지라기보다 이익집단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어주고, 그 대가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이 대표를 외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이런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판사 출신인 그는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지금껏 못 본 척하다가 컷오프되고서야 그 실체를 인정했다. 이전의 이재명 지키기도, 지금의 양심 고백도 모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

친명계의 이 같은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이 대표다. 그가 대장동 사건 변호인, 성남시·경기도 인맥 같은 ‘찐명(진짜 친명) 공천’을 강행하는 이유다. 공천 파동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져도 원내에 이들을 진입시켜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할 결사체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재명 사당화’의 본질이다.

많은 민주당 의원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자행되는 ‘반대파 찍어내기’를 침묵하며 관망하고 있다. 비명계뿐 아니라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 대표와 각을 세워봤자 공천에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 결과를 통보받은 일부 비명계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하위 평가를 받지 않았더라면 대다수 의원처럼 침묵했을 가능성이 크다. 역대급 공천 파동으로 당이 흔들리고 있는데 자신의 공천과 국회의원 당선만을 위해 숨죽이고 있는 민주당의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