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환시장 제도 개선은 그들만의 이야기
“언론인 여러분에게 돌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 외환시장 제도 개선 방안을 설명하러 내려온 기획재정부 A과장은 브리핑 시작 전 “최선을 다해 알기 쉽게 설명하겠다”며 이런 각오를 내비쳤다. 정책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미리부터 강조한 것이다. 브리핑에 이어 질문과 답변까지 진행하느라 30분여가 흘렀을까. 기자실 곳곳에선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정책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권 결제·환전 편의 제고 방안’이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증권 결제 목적의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주고, 주식통합 계좌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따로 현금계좌를 만들 필요가 없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이 담겼다.

이날 정부 대책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전문적인 내용에 난수표처럼 난해한 용어가 뒤죽박죽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을 취재하는 언론인에게도 ‘비거주자 자유원계정’ ‘RFI’(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 등의 용어는 생소했다.

물론 이날 정책은 외국인 투자자와 증권·외환시장 참여자 등 일부 제한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주요 내용을 설명할 방법도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책을 이해하기 쉽도록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대책이 담고 있는 대내외적인 중요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날 대책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드러난다. 기재부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외환시장 관련 정부 기관이 동시에 자료를 발표할 정도로 의미가 있었다. 일부 전문가가 “정부 관료들이 드디어 ‘외환위기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할 정도다.

정부도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다. 평범한 시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외환시장의 정책을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복잡한 외환시장 제도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정책 내용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는 데엔 이런 내부 사정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앞으로 외환시장 제도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제도를 손질할 때마다 국민에게 알릴 일도 많아질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제도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작 우리 국민들은 이런 외환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고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