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지난해 4분기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며 2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덕분이다. 하지만 작년 상반기 적자폭이 워낙 큰 탓에 연간 기준으론 4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한전, 두 분기 연속 흑자 냈지만…'부채 204조' 재무구조 개선 급선무
한전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2조5186억원, 영업이익은 1조8843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 10개 분기 만에 영업흑자를 달성한 뒤 2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 평균(1조990억원)을 71% 웃돌았다. 에너지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더 하락해 전력 구입 단가가 낮아진 영향이다. 발전자회사 등의 실적을 제외한 별도 기준으로도 한전은 작년 4분기 1조40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별도 기준 영업흑자는 2020년 4분기 이후 12분기 만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88조251억원으로 전년(71조2579억원)보다 23.7% 늘었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4조5691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분기 연속 영업흑자에도 작년 상반기 8조원대로 불어난 영업적자를 흑자로 돌리지는 못했다. 다만 2021년 5조8465억원, 2022년 32조63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비해 적자폭이 축소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라 전력 구입비가 줄어든 데다 수차례 전기요금이 인상돼 역마진 구조가 전년보다 해소된 영향이다. 한전의 작년 한 해 전력판매단가는 ㎾h당 152.8원으로 구입단가(145.4원)보다 7.4원 높았다. 전기요금이 지난해 1월 ㎾h당 13.1원 인상된 것을 시작으로 1년간 총 26원가량 오른 영향이다.

증권가에선 한전의 영업흑자 기조가 지속돼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도 2020년 이후 4년 만에 흑자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7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내년에는 1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한다.

시장에선 이런 실적 턴어라운드가 올해 전기요금 동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막대한 누적 적자를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4조628억원으로, 하루 이자 비용만 118억원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해 상당 기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판 데 따른 것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앞두고 막대한 송배전망 투자가 필요한 만큼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에너지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4월 총선이 끝나고 올 3분기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이나 송배전 등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전은 올해 최소 23조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