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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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이 중 절반 이상은 '어닝쇼크'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 하락과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화학, 철강 등 국내 핵심 산업이 특히 부진한 실적을 냈다.

23일 흥국증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전체의 94.6%를 차지했다. 시총 기준으로 국내 주요 상장사 대부분이 지난해 실적 발표를 끝냈다.

실적 발표를 마친 기업 절반은 4분기 어닝쇼크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4분기 실적 예상치가 존재하는 상장사(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234개 중 실제 영업이익이 예상치 대비 10% 이상 낮은 기업은 101곳, 흑자가 예상됐지만 실제론 적자를 낸 곳은 24곳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약 53.4%가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2019년 4분기엔 어닝쇼크 비율이 47.1% 였다. 2020년 4분기는 45.3%, 2021년 4분기는 48.4%, 2022년 4분기는 55%로 집계됐다.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어닝쇼크 비율이 2년 연속 50%를 넘은 것이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업체 중에서는 세아베스틸지주가 증권가 예상 대비 가장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이 회사의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69억원이었으나 실제 영업이익은 96.8% 줄어든 5억원에 그쳤다. 에스오일도 증권가 예상 대비 91% 줄어든 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우신시스템(-90.8%), 롯데지주(-83.5%), 티엔엘(-82.5%),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79.7%) 등의 순서였다.

업종별로는 화학 업종이 특히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화학 업종 13개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687억원으로 증권사 예상치 합산액(6852억원)의 10분의 1수준에 그쳤다. 올 하반기 국제유가가 급변동하고,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영향이다.

철강 및 비철금속 업체들도 중국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금속·광물 업종 상장사 6곳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3206억원으로 증권사 예상치인 1조1488억원의 27.9% 수준에 불과했다.

작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주가조작 사태 등으로 충당금을 크게 쌓은 증권사들 역시 4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증권사 5개 업체의 4분기 영업손실은 2048억원에 달해 기존 예상치인 영업이익 1619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업체들이 다수 포함된 전자장비·기기 업종도 4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전자장비 업종 16개 기업의 영업이익 합산액은 9354억원으로 증권사 예상치인 1조8105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도체 및 장비회사들도 증권사 전망에는 못미친 실적을 내놨다. 반도체 및 장비업종 11개 회사들의 영업이익 합산액은 3조3319억원으로 증권사 전망치 3조8410억원을 13.2%가량 밑돌았다.

다만 4분기 실적과 주가는 개별 이슈로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주의 경우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최근 상승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 지수는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6.4% 상승했다. 'KRX 반도체 Top15' 지수도 이달 7.57% 올랐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관련 업종의 경우 실적 쇼크가 나오면서 주가도 함께 하락하고 있다"며 "반면 반도체 업종은 예상 대비 실적 자체는 부진하지만 인공지능(AI) 등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감으로 주가는 오르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