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인가를 지방자치단체가 직권 취소한 사례가 처음 나왔다. 동의서 유효기간이 없거나 유효기간이 끝난 동의서를 제출해 인가받은 지역주택조합을 7년 만에 적발해 인가를 취소한 것이다.

"제출서류 내용 허위"…가락1·2 지역주택조합 인가 취소
송파구는 지난 16일자로 가락1지역주택조합과 가락2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인가를 취소하고 19일 관련 내용을 구보에 고시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달 4일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통보한 데 따른 조치다. 서울에서 구가 법원 판결을 받지 않고 지역주택조합을 직권 취소한 것은 처음이다.

가락1·2지역주택조합은 지하철 3·5호선 오금역과 3호선 경찰병원역이 가까워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 등을 추진하던 곳이다. 조합원 수는 747명에 이른다. 각각 20층 384가구, 20층 54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 현재 토지소유권 확보율은 각각 20%, 25%에 그친다. 사업시행계획 인가 요건인 95%를 채우기 어려운 상태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5년과 2016년 조합설립(토지소유자 동의율 80%) 때 위조된 토지사용승낙서를 구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작년 8월부터 9월 사이 구에 보관된 토지사용승낙서를 점검한 결과, 모두 원본이 아니라 복사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조합의 일부 동의서는 작성 연도가 2010년, 유효기간이 1년이어서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한참 전에 유효기간이 끝났다.

또 2010년께 추진하다가 무산된 다른 지역주택조합에 제출한 토지사용승낙서를 내거나 작성일자·인감증명서가 없는 토지사용승낙서를 낸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가락1지역주택조합에서 제출한 토지사용승낙서 124장 중 유효기간이 기재된 건 4장에 불과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확인한 위조 건수는 일부로,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가락1·2지역주택조합 전체 조합원의 절반이 넘는 380명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두 지역주택조합에선 대규모 횡령 사고도 발생했다. 두 조합의 운영 대행사 대표는 1지역주택조합 조합장에 자신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을, 2지역주택조합 조합장에 고교 동창을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두 조합에서 대여금 등의 명목으로 업무대행비를 받아 채무변제와 도박 등에 약 400억원의 조합자금을 썼다. 작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 추징금 396억원이 확정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