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레지던스연합회 등이 소속된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이 작년 11월 주거시장 안정화 촉구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한경DB
전국레지던스연합회 등이 소속된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이 작년 11월 주거시장 안정화 촉구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한경DB
“금융사들이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에 대해 대출을 내주길 꺼리고 있습니다. 전세대출도 안 나와 세입자를 구하기도 힘듭니다. 분양 계약자들 사이에선 이러다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경기 안산 성곡동에 들어서는 레지던스 ‘힐스테이트시화호라군인테라스’ 분양 계약자들이 20일 안산시청 앞에 모여 집회를 연다. 핵심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할 수 있도록 안산시가 적극 행정을 보여달라는 것. 정부가 레지던스 용도를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지 않고,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도변경의 허들은 높다. 먼저 준공 전 단지의 경우 설계변경을 하려면 분양 계약자 100%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주차장이나 복도 폭 규제를 새로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김규리 라군힐스테이트 수분양자협의회 부회장은 “안산 반달섬에만 1만가구의 레지던스가 들어서고 있는데, 안산시가 적극행정을 보여주지 않으면 일대가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레지던스 분양 계약자 만의 문제를 넘어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로 불거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단지에서 입주잔금을 치러야 할 시기가 속속 다가오고 있는데, 레지던스를 둘러싸고 ‘불법 건축물’ 논란이 일면서 금융기관이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입주 잔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송민경 한국레지던스연합회장은 “거주가 불가능한 곳이 돼버리니 감정가 자체도 내려가고, 금융기관도 과거 감정가의 70%까지 대출을 내줬는데 지금은 40% 정도까지 내준다”며 “전체 분양가로 따지면 20~30% 가량만 대출이 나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분양 당시만 해도 오피스텔처럼 분양가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한 줄 알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에서도 비슷한 입주잔금 마련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처럼 전세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레지던스 분양 계약자는 “당장 중도금 납입부터 중단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