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공사가 중단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건설 현장 모습. 사진=한경DB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공사가 중단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건설 현장 모습. 사진=한경DB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에 국내 건설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 500대 건설기업(102개 사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6.4%는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최근 자금 사정이 양호하다고 답한 기업은 18.6%에 그쳤다. 곤란하다는 답변이 38.3%였고 평년과 비슷하다는 답변도 43.1%였다. 자금 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준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3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높은 차입 금리(24.5%), 신규 계약 축소(16.7%) 등이 뒤를 이었다.

하반기 자금시장 전망을 놓고는 절반이 넘는 52.9%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33.4%였고, 호전될 것이라는 답변은 13.7%에 그쳤다.

연말 기준금리 전망을 놓고는 '현재 수준(3.5%)에서 동결될 것'이라는 답변이 32.4%로 가장 많았다. '기준금리가 3.25%로 현재보다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30.4%로 뒤를 이었고 '3%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과 '3.75%로 되레 오를 것'이란 전망이 각각 15.7%로 응답했다.

건설기업들이 자금 조달에서 느끼는 최대 애로사항은 '높은 대출금리와 각종 수수료'(75.5%)였다. '과도한 연대보증 및 담보 요구'도 10.8%로 지적됐다. 이들의 주된 자금조달 방식은 금융기관 차입(72.5%), 내부 유보자금 활용(17.6%), 회사채 발행(4.9%) 순이었다.

안정적인 자금관리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금리 부담 및 수수료 수준 완화를 꼽은 기업이 39.2%로 가장 많았다. 공급망 관리를 통한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도 각각 16.7%로 동일한 응답률을 보였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요인으로 건설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건설업계가 한계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금리·수수료 부담 완화, 원자재 가격 안정화, 준공기한의 연장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