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수교'에 불쾌감 표출 추정…반미진영 주창한 김정은에 "큰 타격"
북한 매체들, 주북 외교단 행사 보도에 '꾸바'는 언급 안해(종합)
북한 매체가 15일 북한 주재 외교단 소식을 전하면서 쿠바는 언급하지 않아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일 동지의 탄생 82돌에 즈음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우리나라 주재 외교단이 꽃바구니와 축하 편지를 드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있었던 증정 행사에서 외교단 단장인 러시아 대사와 베트남 대사, 시리아 대사가 전달을 맡았다고 한다.

또 북한 주재 무관단은 지난 14일 꽃바구니와 편지를 전달했는데 이는 무관단 단장인 베트남 무관이 담당했다.

북한이 '꾸바'로 표기하는 쿠바 국명은 어느 행사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14일 평양에서 외교단 연회를 열었다는 소식 또한 이날 조선중앙통신 등에 보도됐는데 여기서도 쿠바는 언급되지 않았다.

정작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해당 연회 사진에는 에두아르도 루이스 코레아 가르시아 쿠바 대사의 얼굴이 비쳤다.

과거 북한 매체들이 김정일 생일 축하를 비롯한 주북 외교단 소식을 전할 때 쿠바가 제외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주 대륙 유일의 공산주의 국가이자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는 미수교, 북한과만 수교한 상태였던 '형제국' 쿠바는 북한의 소중한 외교 파트너였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쿠바의 수교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지난 14일 밤 이후 보도된 첫 주북 외교단 행사들에서 쿠바가 거론되지 않으면서 한국과 쿠바 수교에 북한이 실망감을 숨기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쿠바 측이 실제로는 꽃바구니와 편지 전달에 동참했는데도 외교단 연회 보도에서 보듯 북한이 쿠바를 누락한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제기된다.

신문은 쿠바의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비난했다는 소식을 이날 전하기는 했으나 다른 국제 뉴스들과 묶어 제일 뒷면에 짤막하게만 다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국립외교원 주최 공개세미나에 참석해,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가 '신냉전' 구도와 다극화 흐름으로 전환됐다며 쿠바를 중국, 러시아, 이란과 함께 '반미 진영'에 속해있다고 인식했는데, 쿠바가 한국과 수교하면서 이러한 인식에 금이 갔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북한·쿠바 관계는 실질적인 경제나 군사적 차원보다는 '김일성-카스트로' 우애나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묶여있었다며 이런 상징이 희석된 점을 들어 양측 관계 전망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북한은 한·쿠바 수교와 관련해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 대외 매체를 통해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북한 입장이 나온다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나올지 봐야겠지만 내부적으로 말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입장을 밝히더라도 북한 주민을 독자로 삼는 노동신문 대신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활용하리라는 관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