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탄소중립을 천신만고 끝에 달성해도 생각했던 것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탄소중립 후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 패턴을 세계 최초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했다고 2일 발표했다.

대기 중 온실가스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0으로 만드는 걸 탄소중립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있다.

해양은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열의 약 90% 이상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ISTI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심해에 축적된 열이 탄소중립 달성 이후 다시 표층으로 방출되며 새로운 기후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로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했다.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의 3만4000개 CPU 코어를 3개월간 사용했다. 초당 1600조 번 연산(1.6 PF·페타플롭스)이 가능한 수준이다.

KISTI 연구팀 관계자는 “가설과 마찬가지로 심해에 축적된 열이 탄소중립 이후 다시 방출되면서 탈탄소화에 따른 기후 회복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적도 태평양에선 엘니뇨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반도는 여름철 강수량이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

KISTI 관계자는 “대기, 해양, 지면, 해빙 등의 복잡한 역학 및 물리 과정과 각 요소 간 상호작용을 수백 년 동안 적분하며 풀어낸 시뮬레이션”이라며 “이런 작업은 슈퍼컴퓨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ISTI는 누리온보다 계산 속도가 20배 이상 빠른 600PF급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약 300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

누리온은 지난해 말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61위(실측속도 13.93PF)에 올랐다. 국내 슈퍼컴 가운데선 네이버의 세종(32.97PF)이 22위로 가장 높다. 삼성전자의 SSC-21(25.18PF)이 28위로 그다음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