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극자외선노광장비(EUV)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빛의 파장이 짧아 극미세 공정이 가능해 고성능 반도체 제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막기 위해 중국으로의 반입을 엄금하는 대표적 공정 장비다. 장비 한 대값만 3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EUV 공정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신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있다. 독일의 반도체 기업 머크다. 이 회사는 10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유도자기조립(DSA)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아난드 남비어 머크 수석부사장은 2일 서울 삼성동 신라스테이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DSA 공정 기술을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해 왔다”며 “10년 뒤에는 DSA가 EUV를 보조하는 첨단 반도체 공정의 필수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DSA 기술은 EUV 공정에 보조 역할을 한다. 화학재료를 웨이퍼에 도포하고 가열해 패턴을 만든다. 열을 이용하면 설계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은 2010년대 한때 주목받았지만 결함 제어가 어려워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EUV 비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최근 다시 DSA가 주목받고 있다. DSA를 적용하면 8대 공정 과정에서 반복 횟수를 줄여 제조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다.머크는 한국 반도체 기업과도 협력하고 있다. 남비어 부사장은 “한국 고객사들과 DSA 공정 연구개발에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1989년 한국에 진출한 머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2021년엔 5년간 한국 시장에 6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삼성전자도 머크의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머크 부스를 방문했다.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삼성그룹 내 ‘시가총액 2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SDI 호텔신라 등 다른 그룹주 낙폭이 커진 가운데 홀로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를 향해 달리고 있다.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거래일 대비 3.62% 오른 85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한 달 동안 9.15%, 3개월간 20.65% 올랐다. 시가총액은 61조1385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내 시총 3위 삼성전자 우선주 시가총액과는 한 달 전 5조6532억원에서 이날 10조8601억원까지 차이가 벌어졌다.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삼성그룹주들은 올 들어 전반적으로 하락세였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최근 한 달간 2.34% 하락했고, 삼성SDI는 2차전지 업황 악화에 주가가 11.98% 떨어졌다. 삼성전기(-8.96%), 삼성엔지니어링(-8.89%), 호텔신라(-7.44%)도 고전하고 있다. 주주환원 지연과 실적 악화 등이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실적과 미·중 갈등 반사이익 등 다양한 호재가 주가를 밀어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달 25일 발의된 미국 바이오 안보법안(Biosecure Act) 초안의 수혜주가 지목되기도 했다.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의 사업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강점인 상업화 항체 위탁생산(CMO) 업황 수요가 견조한 상태”라며 “현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개선되는 구간에 있다”고 분석했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인류가 탄소중립을 천신만고 끝에 달성해도 생각했던 것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탄소중립 후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 패턴을 세계 최초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했다고 2일 발표했다.대기 중 온실가스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0으로 만드는 걸 탄소중립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있다.해양은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열의 약 90% 이상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ISTI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심해에 축적된 열이 탄소중립 달성 이후 다시 표층으로 방출되며 새로운 기후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로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했다.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의 3만4000개 CPU 코어를 3개월간 사용했다. 초당 1600조 번 연산(1.6 PF·페타플롭스)이 가능한 수준이다.KISTI 연구팀 관계자는 “가설과 마찬가지로 심해에 축적된 열이 탄소중립 이후 다시 방출되면서 탈탄소화에 따른 기후 회복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적도 태평양에선 엘니뇨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반도는 여름철 강수량이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KISTI 관계자는 “대기, 해양, 지면, 해빙 등의 복잡한 역학 및 물리 과정과 각 요소 간 상호작용을 수백 년 동안 적분하며 풀어낸 시뮬레이션”이라며 “이런 작업은 슈퍼컴퓨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KISTI는 누리온보다 계산 속도가 20배 이상 빠른 600PF급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약 300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누리온은 지난해 말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61위(실측속도 13.93PF)에 올랐다. 국내 슈퍼컴 가운데선 네이버의 세종(32.97PF)이 22위로 가장 높다. 삼성전자의 SSC-21(25.18PF)이 28위로 그다음이다.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