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비 이민우 등 대중문화 아티스트, 뉴욕서 화가로 전시회
“허밍(콧노래)은 가사로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을 때 나오게 되는데, 전 그걸 음악 낙서라고 불러요. 이번 작품엔 허밍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3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소호 거리 한가운데서 만난 가수이자 화가 권지안(가수 활동이름 ‘솔비’) 씨가 이처럼 말했다. 권 씨가 뉴욕을 찾은 것은 2월 1일부터 3월 1일까지 뉴욕 소호 파크 웨스트 갤러리에서 열린 ‘소호즈 갓 서울(SoHo’s Got Seoul)’ 전시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권 씨는 이곳에서 ‘허밍 시리즈’ 5점을 선보인다. ‘허밍 시리즈’는 2021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 위해 시작했다. 주로 인상 깊게 본 풍경 위에 리듬감 있는 선을 그려 넣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사랑, 알프스산 레만 호수 등을 표현 작품들이 걸려있다. 권 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맨손으로 아크릴 물감을 덧바르는 기법을 사용했다. 거칠면서도 대범한 터치가 인상적이다.
솔비 이민우 등 대중문화 아티스트, 뉴욕서 화가로 전시회
이번 전시회엔 권 씨와 함께 그룹 신화 멤버인 이민우, 배우 고준, 영화감독 심형준, 설치미술가 최재용 등이 참여한다. 모두 대중문화예술인 12인으로 구성된 예술 그룹 ‘고고 살롱’의 멤버들이다. 전시 작품은 총 30여점이다.

특히 권 씨와 이 씨는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그림으로 치유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권 씨는 2006년 데뷔 후 악플 등으로 상담 치료를 하던 중 받은 권유로 그림을 시작했다.

이 씨 또한 수년간 지인으로부터 가스라이팅과 재산 갈취당한 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방송에서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힘든 시절을 지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주로 주변에서 소재를 찾는다. 이번 전시회에선 어린 시절 가난으로 눈물 흘리는 엄마의 모습과 그런 엄마를 안아 주는 자신을 담은 그림을 선보인다. 우울한 색감 안에서도 가족에 대한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
솔비 이민우 등 대중문화 아티스트, 뉴욕서 화가로 전시회
배우 고준 씨는 관음증을 시각적으로 그려냈다. 캔버스 위에 쾌락에 젖은 인물을 그린 뒤 그 위에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 색을 덧입힌 작업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김승민 큐레이터의 아이디어로 각 아티스트의 감성과 닿아있는 대가들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를 더한다. 툴루즈 로트레크, 르누아르,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듀러 등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