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어진 외관, 큰 폭으로 개선된 편의기능
-우수한 엔진 질감과 강한 험로탈출 능력 갖춰

랭글러는 시대가 변해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차다. 흐트러짐 없는 정체성을 가지고 브랜드는 물론 세그먼트까지 정의하는 차는 랭글러가 유일하다. 한편으로는 세월이 흘러도 기존 모습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신선함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지프는 보다 섬세하고 신중을 기울여 신형 랭글러를 완성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최신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정통성을 지켜내 다시 한 번 독보적인 자리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차의 가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시승]존재만으로도 합격, 지프 랭글러 루비콘

디자인&상품성
첫 인상부터 이미 게임 끝이다. 그만큼 랭글러 만의 진한 캐릭터로 SUV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차체와 두툼한 팬더, 사각형 보닛, 빵빵한 스페어 타이어까지 모든 요소가 낭만으로 가득 차 있다. 신형으로 오면서 달라진 부분도 몇 가지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세븐-슬롯 그릴은 다소 작고 얇아졌는데 램프와 통합으로 감싸서 결론적으로는 더 커 보인다.

주간주행등 범위도 한 층 넓어졌다. 낮에는 멀리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범퍼는 유럽형에서 북미형으로 바뀌었다. 턱이 툭 튀어 나왔던 예전 못생긴 모습은 지워도 좋다. 이와 함께 덕트를 뚫어놓은 보닛 형상은 정말 멋있다.

또 클래식한 매력을 드러냈던 길다란 안테나는 유리창 안으로 통합했고 가운데는 카메라도 달려있다. 옆은 타이어 변화가 크다. 기존 MT타이어에서 올터레인으로 변경했으며 그만큼 승차감에서 이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휠 모양도 한층 세련됐다. 이 외에는 바뀐 부분이 없다. 작은 크기의 사각 테일램프와 활용도 높은 범퍼 등은 모두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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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제법 큰 변화가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센터페시아 모니터다. 12.3인치 크기를 바탕으로 한층 더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더 좋아졌고 연동성과 반응도 훌륭하다. 유커넥트 5는 실제로 5배 빠른 처리능력을 갖췄다. 특히, 그래픽이 좋아서 보는 맛이 난다.

아날로그가 적절히 섞인 계기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전체적인 만족을 키운다. 커다란 화면 추가로 중앙 송풍구 모양도 원형에서 사각형으로 바뀌었다. 한층 심플해진 모습이다. 이 외에 공조 장치와 센터 터널 모습은 그대로다. 버튼이 다소 많지만 직관적인 오프로드 SUV 성격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좋은 구성이다. 구동력을 바꿀 수 있는 별도의 레버와 스웨이-바, 오프로드 모드 등 랭글러 특화 마법 기능들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편의 품목 중에서는 랭글러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운전석과 조수석 전동 시트를 꼽는다. 다른 브랜드 또는 지프 브랜드 내에서도 도심형 제품들에는 이미 적용됐던 전동 시트가 유독 오프로드 제품인 랭글러에만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유는 다양한 기후와 오프로드 환경에서 운전자 스스로에 의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동식이 아닌 매뉴얼 방식을 고집해 왔다. 운전자의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3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타협하지 않았던 랭글러지만 이번 신형을 통해 한결 유연해진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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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은 다소 부족하다. 큼직한 컵홀더를 빼면 사실상 활용할 만한 공간이 많지 않다. 도어 패널도 얇은 그물망 형태로 되어있고 센터 콘솔도 작다. 그도 그럴 것이 랭글러는 문짝을 모두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각종 패널을 심플하게 만들었다. 경첩이 바깥에 있고 전기 장치도 최소화하기 위해 윈도우 스위치가 도어에 붙어있지 않고 센터페시아에 있는 이유다. 여러모로 독특하다.

극단적으로 짧은 대시보드,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게 별도의 손잡이를 만들어 놓은 필러, 사각 유리창, 모험심을 높이는 각종 센스 있는 아이콘들이 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2열은 생각보다 쓸만했다. 전체적인 공간도 넓고 시트도 큼직하다. 전용 송풍구와 수납함, 컵홀더, USB 충전 포트 등 필요한 기능도 알차게 들어있다. 천장에 붙어있는 스피커도 인상적이다. 트렁크는 두 단으로 분리돼 열리며 좋은 공간을 보여 준다. 바닥 면에도 별도의 수납함을 마련했고 2열을 접으면 나름 평탄화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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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동력계는 기존과 같다.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5,250rpm), 최대토크 40.8㎏·m(@3,0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엔진 스톱&스타트 시스템(ESS)을 전 트림에 기본 장착했다. 8단 자동 변속기와 저단 기어를 갖춰 일상 주행뿐 아니라 오프로드 모험 또한 거침없이 즐길 수 있다.

시동을 켜고 차를 움직이는 순간에는 생각보다 차분한 감각에 놀라게 된다. 랭글러하면 거침없이 오프로드를 달리는 성격이 강해서 묵직하고 거칠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형은 매우 부드럽고 여유롭게 속도를 올렸다. 일반적인 도심형 SUV 같은 느낌이 강하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질감은 중속에서도 이어진다. 변속기는 정직하게 단수를 바꾸고 경쾌한 가속을 이끌어낸다. 대배기량 및 디젤 랭글러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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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회전 질감이 매끄러워서 운전이 피곤하지 않다. 큰 차를 몰고 있지만 부담이 덜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높은 시트포지션 덕분에 시야가 넓고 내려다보는 즐거움이 크다. 큰 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구성이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일반 SUV들과는 다르다. 험로 탈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을 고수한 결과다. 지속적인 조타가 필요하며 여유롭게 방향을 바꾸는 걸 추천한다. 승차감은 기대 이상이다. 도로 위 충격을 흡수하는 범위가 크고 차체 움직임도 최대한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불규칙한 도로는 물론 과속방지턱도 랭글러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험로에서 랭글러는 최고의 차가 된다. 시승차를 받고 강원도 산길을 오르는 과정은 무척 행복했다. 접지가 좋지 않은 눈길과 비포장길을 쉽게 올라가며 금새 정상에 도달했다. 다른 차들은 가지 못하는 길을 랭글러 혼자 정복한 것이다. 운전자의 뿌듯함과 자신감은 저절로 커진다. 4:1 락-트랙 HD 풀타임 4WD 시스템은 물론 오프로드 플러스 모드, 프론트 리어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장치 등 비교 불가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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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성은 조금 아쉽다. 물론 블록타이어 성격 상 노면소음이 어느 정도 올라오며 에어로다이내믹과는 거리가 먼 구조라서 풍절음도 들린다. 즉 차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단점이라고 평가 할 수 없다. 이를 감안하고 운전해야 할 뿐이다. 그래도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흡차음제 범위를 넓혀서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소리를 줄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안전 기능은 인상적이었다. 신형으로 오면서 주행 보조시스템을 포함, 안전성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인데 실제로 65개 이상의 주행 안전 편의 기능이 탑재돼 있다. 스탑 앤 고 기능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보조 시스템, 풀-스피드 전방 충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사이드 커튼 에어백, 원격 시동 시스템, 센트리 키 도난 방지 시스템, 어린이 전용 시트 앵커 시스템, 시큐리티 알람 등을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해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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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랭글러는 변함 없는 매력과 유일무이한 성격을 가지고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한다. 이 같은 자신감은 신형에서도 이어지며 더욱 성숙한 모습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재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다듬어진 디자인과 평소 불편했던 부분을 적극 반영해 개선한 실내, 편의 및 안전 품목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믿음직한 파워트레인과 강인한 오프로드 실력까지 갖춰 정통 SUV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낭만을 품고 삶의 활력소가 되어줄 차가 지프 랭글러다.

한편, 국내에서는 스포츠 S, 루비콘, 사하라 등 총 3가지 트림으로 판매하며 가격은 스포츠 S 6,970만 원, 사하라 4도어 하드탑 7,890만 원, 파워탑 8,240만 원, 루비콘 2도어 하드탑 7,640만 원, 루비콘 4도어 하드탑 8,040만 원, 파워탑이 8,39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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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