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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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A)는 50대에 시어머니와 사별하고 홀로 딸 B와 아들 C를 키우셨습니다. 며느리인 저(X)는 C와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한지 1년 만에 아들(Y)을 낳았더니 시아버지가 저와 손자를 너무 예뻐하셨습니다. 다행이 아들도 잘 자라주어 공부를 잘해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시아버지는 그 동안 고생했다면서 저(X)와 손자(Y)에게 빌딩 한채를 2분의 1씩 증여해주셨는데 그 때가 2010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 남편(C)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2021년에 시아버지도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사망시 시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15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5억원의 예금채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0년 전에 저와 제 아들이 증여받았던 빌딩의 시가는 약 100억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자 시누이(B)가 저(X)와 제 아들(Y)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했습니다. 저희는 시누이에게 유류분을 반환해주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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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보다 남편이 먼저 사망하였기 때문에 며느리와 손자는 대습상속인이 됩니다. 대습상속이라 함은, 원래 상속인이 되었어야 할 자녀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 그 자녀의 배우자나 직계비속(손자녀)이 그 사망한 자녀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으로 되는 것을 말합니다(민법 제1001조, 제1003조).

따라서 만약 시아버지인 A가 생전에 빌딩을 증여하지 않고 돌아가셨다면, 전체 상속재산은 120억원이 되고 이것을 딸(B)과 아들(C)의 상속인들(X와 Y)이 60억원씩 상속을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A의 생전 증여로 인해 B는 남겨진 상속재산(20억원)만으로는 자신의 유류분(30억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으니 유류분반환청구를 한 겁니다.

이 사건과 같이 대습원인(C의 사망)이 발생하기 전에 시아버지가 대습상속인들인 며느리와 손자에게 증여를 한 경우에도 유류분반환청구가 가능할까요? 이처럼 대습원인 발생 이전에 대습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그 대습상속인이 아직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어서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없으므로 특별수익이 아니라는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31802 판결).

모든 증여가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아니라 상속분을 미리 받은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질 때에만 특별수익에 해당하여 유류분반환 대상이 됩니다. 즉 증여를 받은 사람이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경우에만 상속분을 미리 받은 것이 되어 특별수익으로서 유류분반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며느리(X)와 손자(Y)가 증여를 받은 것은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딸(B)의 유류분반환청구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시아버지가 대습원인이 발생한 이후, 다시 말해 아들인 C의 사망 이후에 며느리와 손자에게 빌딩을 증여한 것이었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는 결론이 달라지게 됩니다. C가 사망한 후에는 C를 대신하여 X와 Y가 상속인의 지위에 있게 됩니다(대습상속인). 이처럼 상속인의 지위에서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상속분의 선급으로 받은 것이 됩니다. 이는 특별수익으로서 유류분반환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시아버지가 남편 사망 전에 증여를 했는지 사망 후에 증여를 했는지에 따라 며느리와 손자의 유류분반환 여부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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