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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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A씨는 2016년 9월 사망했습니다. 자녀인 X와 Y는 2017년 12월께 아버지 A씨 소유였던 남양주 소재 토지(당시 약 10억원)를 정리합니다. 소유는 장남인 X가 하기로 하고, 대신 X가 Y에게 현금 3억원을 지급하기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후 토지의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차남인 Y는 X가 아직 상속등기를 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는 친구인 K에게 부탁해 자신의 법정상속분에 대해 가처분을 하도록 했습니다. K는 2018년 6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해 토지 중 Y의 상속분(2분의 1)에 관해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서 가처분등기를 완료했습니다.

장남인 X는 K의 가처분에도 불구하고 상속재산분할에 관해 협의한 대로 아버지의 토지를 모두 이전받을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남긴 땅값 너무 올랐어요"…변심한 동생의 꼼수 [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피상속인이 사망함으로써 상속이 개시되면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재산을 상속인들이 분할해 취득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이것이 '상속재산분할절차'입니다. 협의든 심판이든 일단 상속재산분할을 하고 난 후에는 그것이 기망이나 착오로 인한 것이 아닌 한, 설사 그 분할의 결과가 불공평하다 할지라도 이를 다시 번복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 사건처럼 꼼수를 쓰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일단 상속재산분할의 기본원칙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상속재산분할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습니다(민법 제1015조 본문). 즉 상속이 개시된 그 당시부터 그와 같이 분할된 상태로 상속이 이루어진 것으로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할에 의해 법정상속분보다 더 적은 비율을 상속받는 사람과 더 많은 비율을 상속받는 사람 사이에 세법상 증여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상속재산분할이 이루어지기 전에 상속재산에 대하여 처분행위가 있더라도 이것은 무권리자에 의한 처분이 돼 무효가 됩니다.

그런데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를 관철할 경우 무권리자로부터 상속재산을 양수하거나 담보로 제공받은 제3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제3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민법은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를 규정하면서도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명시했습니다(제1015조 단서).

다만 이것은 권리의 외관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절차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른 선의의 제3자만 보호가 됩니다. 그리고 이 때 ‘제3자’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 상속재산에 관해 상속재산분할 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등기를 완료하여 권리를 확정적으로 취득한 사람만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다249312 판결).


그렇다면 상속재산분할절차가 이루어지긴 하였으나 아직 그에 따른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상속재산분할의 효력과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고 등기까지 마친 제3자가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바로 이 사건의 K가 이에 해당합니다.

원칙적으로 K는 민법 제1015조 단서에서 정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K는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인 가처분등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다는 사실을 친구인 Y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K를 보호해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대법원도 이와 같은 취지입니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다249312 판결). 따라서 X는 K의 가처분에도 불구하고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라 토지를 모두 이전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종래에는 민법 제1015조 단서의 규정 자체가 제3자의 선의를 요구하고 있지 않으므로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가 제한되는 제3자는 선의, 악의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상속재산을 분할하기 전에도 얼마든지 상속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의의 제3자만을 보호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는바, 제3자 보호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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