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연기 감동적…김서형 로맨스 연기도 눈길
강아지가 선물해준 따뜻한 인연…영화 '도그데이즈'
반려견은 고독한 현대인과 함께 살며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다.

김덕민 감독의 신작 '도그데이즈'에 나오는 반려견들은 그 이상의 일을 한다.

사람들 사이를 오가면서 그들을 서로 이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기도 한다.

등장인물은 거의 다 외로운 사람들이다.

민서(윤여정 분)가 대표적이다.

건축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이지만, 큰 행사에 가서도 참석자들과 어울려 식사하기보다는 혼자 집에 돌아와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넓고 멋진 집에 가족도 없이 사는 민서에게 유일한 벗이 있다면 완다라는 이름의 반려견이다.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 진우(탕준상)와도 가끔 말을 섞는다.

영화 속 인물들은 외로울 뿐 아니라 각박하다.

자기 소유의 2층짜리 건물에 사는 싱글남 민상(유해진)은 1층에 입주한 동물병원이 늘 불만이다.

그는 출근길에 개똥이라도 밟으면 원장 진영(김서형)에게 당장 나가라고 고함친다.

진영은 건물주가 갑질한다며 맞선다.

아이를 가지는 데 실패하고 보육원에서 입양하기로 한 정아(김윤진)와 선용(정성화) 부부, 아프리카로 떠난 여자친구의 반려견을 떠맡게 된 현(이현우), 그 여자친구의 옛 남자친구라며 불쑥 현에게 찾아오는 다니엘(다니엘 헤니)도 외로운 느낌을 준다.

강아지가 선물해준 따뜻한 인연…영화 '도그데이즈'
이들은 반려견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일을 겪게 되고, 새로운 현실에 눈을 뜬다.

까맣게 잊었던 동심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야기는 크게 서너 개의 흐름을 이뤄 서로 상관없이 전개되는 듯하다가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동떨어진 이야기를 잇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것도 반려견들이다.

드라마 'SKY 캐슬'과 영화 '비닐하우스'(2023) 등 주로 어둡고 차가운 스릴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서형의 변신이 눈에 띈다.

민상과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들어가는 진영 역을 맡은 김서형은 밝고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 연기도 누구 못지않게 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여정의 연기는 이번에도 감동을 준다.

그가 연기한 민서는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다가 젊은 라이더 진우와 세대를 뛰어넘은 친구가 된다.

진우에게 쓴소리하면서도 그 고통에 공감하고 손을 잡아주는 민서의 모습은 '꼰대'가 아닌 어른의 모델이라고 할 만하다.

영화 전반적으로 잔잔한 감동이 흐르고, 이따금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귀여운 반려견들의 돌발행동도 웃음을 자아내는 데 한몫한다.

반려견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영화도 재밌을 것이고, 반려견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 영화를 보고 반려견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도그데이즈'는 김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그는 '영웅'(2022)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2007) 등의 조감독 출신이다.

제작사는 '영웅',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 '공조' 시리즈 등을 내놓은 JK필름이다.

김 감독은 24일 시사회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떠오른 단어가 '관계'와 '성장'이었다"며 "소소한 일상의 관계 속에서 한걸음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2월 7일 개봉. 120분. 12세 관람가.

강아지가 선물해준 따뜻한 인연…영화 '도그데이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