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이 독서실…공부방 매출 상위 1%의 비결
“대형 어학원에서 일할 때 월 급여가 260만원이었어요. 지금은 월 순수익이 1000만원 정도 됩니다. 3배 정도 더 버는 셈이죠.”

24일 방문한 서울 신천동 파크리오아파트의 3층 가정집. 109㎡ 면적의 집 거실에는 독서실 책상 8대가 설치돼 있었다. 3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일반 가정집이지만 이 거실 공간은 하루 7시간 영어 공부방으로 바뀐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이혜영 원장(42·사진)은 19년 차 영어 교사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대형 어학원에서 근무하다가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자 학원을 그만두고 윤선생 공부방 사업을 시작했다. 대형 어학원이 밤 12시까지 수업해야 하는 것과 달리 공부방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 9시까지만 근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이 공부방 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윤선생 공부방은 초기 비용으로 200만원만 내면 된다. 이후엔 학생 인원수만큼 다달이 교재비를 내는 시스템이다. 그는 특히 집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은 교습소와 달리 월세가 추가로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전국 윤선생 공부방 가운데 연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원장의 목표는 ‘학생 수 70명 유지’다. 가정주부로서의 워라밸과 적정 사업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균형점이다. 이 원장은 “70명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학생이 나가면 곧바로 다른 학생이 등록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방을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법상 개인교습소인 공부방은 학원과 달리 차량을 운행할 수 없어 인근 지역 주민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는 “커다란 전자시계를 놀이터 방향으로 설치했다”며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던 학부모가 시간을 확인하려고 시계를 봤다가 자연스럽게 공부방 위치를 인지하게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학사일정은 마케팅 때 꼭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2월과 8월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고 상담예약을 하는 시기로, 이 시기에 꼭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직접 단지를 돌며 학부모들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중·고등학생 커리큘럼까지 다룰 수 있는 것도 70명의 학생 수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 공부방을 이용하는 전체 학생의 절반이 중·고등학생이다.

이 원장이 공부방을 운영하는 데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정해진 학습 시간을 다 마쳐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다. 전국 윤선생 영어공부방 가운데 유독 장기 등록 학생이 많은 이유다. 이 원장은 “동네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인 만큼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공부방이 되고 싶다”며 “경계성 장애 등으로 대형학원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친구들에게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부방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