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어학원에서 일할 때 월 급여가 260만원이었어요. 지금은 월 순수익이 1000만원 정도 됩니다. 3배 정도 더 버는 셈이죠. 남편보다 제가 더 많이 법니다."
서울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에서 '윤선생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혜영 원장이 2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서울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에서 '윤선생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혜영 원장이 2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24일 방문한 서울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의 3층 가정집. 109㎡ 면적의 집 거실에는 독서실 책상 8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구조는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지만 이곳은 일반 가정집이 아닌 영어 공부방이다.

연 매출 1억원 넘어…근무시간은 오후2시~9시

수업이 이뤄지는 49㎡ 남짓의 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이 공부방의 연 매출액은 1억원이 넘는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이혜영 원장(42)은 19년 차 영어 교사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대형 어학원에서 근무하다가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자 학원을 그만두고 윤선생 공부방 사업을 시작했다. 대형 어학원이 밤 12시까지 수업해야 하는 것과 달리, 공부방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오후 9시까지만 근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이 공부방 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윤선생 공부방은 초기 비용으로 200만원만 내면 된다. 이후엔 학생 인원수만큼 다달이 교재비를 내는 시스템이다. 그는 특히 집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은 교습소와 달리 월세가 추가로 들지 않는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 원장은 "윤선생 우리집앞영어교실 사업모델 중에는 집이 아닌 상가에서 운영하는 교습소 사업모델도 있다"면서도 "이 상권에서 비슷한 규모의 상가를 구하려면 월세를 400만~500만원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교육 가맹 브랜드 가운데 눈 여겨봐야 할 점은 커리큘럼이다. 이 원장은 "윤선생 교재 수는 1200권에 달한다"며 "기초단계부터 고급단계까지 다 공부하려면 150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커리큘럼이 다양해야 학생의 등록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신경 써야 한다. 그는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 우리 공부방을 9년 다닌 학생이 있다"며 "커리큘럼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장기 등록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근처에 초등학교 있고 학생 많아야"

이혜영 원장이 운영하는 서울 신천동 파크리오 윤선생 공부방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이혜영 원장이 운영하는 서울 신천동 파크리오 윤선생 공부방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공부방을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입지 조건'이라고 꼽았다. 공부방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고 거주하고 있는 학생 수가 많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파크리오는 6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라며 "초등학교가 두 곳이나 아파트 단지와 붙어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의 장점을 언급하며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은근히 자주 발생한다"며 "학부모들은 학교나 학원 가는 길에 횡단보도가 없는 걸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학원법상 개인교습소인 공부방은 학원과 달리 차량을 운행할 수 없어 인근 지역 주민을 타깃으로 마케팅하는 게 중요하다. 이 원장은 "전자시계를 놀이터 방향으로 설치했다"며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던 학부모가 시간을 확인하려고 시계를 봤다가 자연스럽게 공부방 위치를 인지하게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학사일정은 마케팅 때 꼭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2월과 8월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고 상담예약을 하는 시기로, 이 시기에 꼭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아파트 게시판, 엘리베이터 등 입주자를 대상으로 적극 마케팅 해야한다" 말했다.

전국 윤선생 공부방 가운데 연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원장의 목표는 '학생 수 70명 유지'다. 이 원장은 "현재 등록 학생 수가 70명이긴 하다"면서도 "일부 학생이 나가면 곧바로 다른 학생이 등록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방을 홍보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네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인만큼)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공부방이 되고 싶다"며 "(경계성 장애 등으로) 대형학원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부방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