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성큼 다가온 포퓰리즘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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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포퓰리즘 '원조'는 남미
재정적자에도 재분배만 강조
소득 불평등의 틈 파고들며
'2세대 포퓰리즘' 곳곳서 활개
총선 앞 시장원리 무시 우려 커져
경제에 독되는 정책 미리 막아야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재정적자에도 재분배만 강조
소득 불평등의 틈 파고들며
'2세대 포퓰리즘' 곳곳서 활개
총선 앞 시장원리 무시 우려 커져
경제에 독되는 정책 미리 막아야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다산칼럼] 성큼 다가온 포퓰리즘의 그림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7.32519856.1.jpg)
남미 포퓰리즘은 식민 통치와 초기 산업화를 거치면서 악화한 소득 불평등 때문에 발생했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브라질의 제툴리우 바르가스, 멕시코의 라사로 카르데나스, 에콰도르의 호세 이바라 등은 소득 불평등 퇴치를 기치로 20세기 중반 정권을 잡았다. 그리곤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정부의 재정적자를 기초로 대규모 보조금과 소득 이전 정책을 집행했다.
21세기 들어 포퓰리즘은 2세대로 진화했다. 더 이상 남미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도널드 트럼프), 영국(보리스 존슨), 헝가리(오르반 빅토르), 이스라엘(베냐민 네타냐후), 폴란드(레흐 카친스키), 튀르키예(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등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정치적 이념도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단순히 소득 재분배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포퓰리즘을 연구하는 정치·경제학자들은 1세대와 2세대 포퓰리즘을 관통하는 특징으로 국민을 엘리트 계층과 일반 대중으로 가르고, 엘리트 계층을 착취와 부패의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반엘리트주의를 들고 있다.
물론 2세대 포퓰리즘도 근본 원인은 소득 불평등에 있다. 세계화와 자동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소득 양극화가 심화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중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문제의 원인을 엘리트 계층과 이민자로 모는 정치 세력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그 수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 그간 남미 스타일의 포퓰리즘을 경계해왔다. 하지만 한국도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어 포퓰리즘의 촉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 싹은 어쩌면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재정 건전성과 국가 부채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도 개선되지 않고 있고, 다분히 표를 의식했다고 느낄 만한 여러 정책이 총선을 앞두고 다투어 나오고 있다.
이제 포퓰리즘은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는다. 여야 모두 이번 총선에서 포퓰리즘적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할 개연성이 높다. 재원 마련은 무시하거나 축소한 채 재정적자를 초래하는 퍼주기식 공약을 남발하는 세력만이 포퓰리스트인 것은 아니다. 국민을 이편저편으로 갈라치기하고 표만 된다면 시장원리에 반하는 공약을 남발하는 세력도 경계해야 할 포퓰리스트다. 이들 공약은 한국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차라리 그런 공약이 실천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