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임대 법인이 파산하면서 보유 중인 아파트가 무더기로 경매 시장에 등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공공임대 아파트와 달리 민간 임대는 일반 아파트와 동일하게 경매가 진행된다. 향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파산 법인의 물량이 경매 시장에 대거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북 군산 산북동의 하나리움시티 아파트는 지난달에만 16건의 물건이 낙찰됐다. 올해에 59가구가 경매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하나리움시티는 전용면적 59㎡ 952가구로 이뤄진 민간 임대 단지다. 2014년 2월 준공된 신축급 아파트다. 민간 임대사업을 하던 한 지방 건설사가 부도나면서 보유 아파트가 2022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경매 시장에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263가구가 경매 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았고, 향후 경매가 예정된 59가구까지 더하면 전체 가구(952가구)의 3분의 1가량이 경매에 나온 셈이다.

하나리움시티는 수도권 아파트에 비해 투자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방에 있지만 경매 시장에서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달 입찰 경쟁률 전국 상위 10건 중 2건이 하나리움시티 물건일 정도다. 같은 동 5층 가구가 37명, 3층이 34명의 응찰자가 몰려 ‘응찰자 톱10’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달 낙찰된 5층 물건은 감정가 1억5500만원의 72.5%인 1억1200여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두 차례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7500여만원으로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가 몰렸다. 3층 물건 역시 낙찰가율 76.8%인 1억1100여만원에 매각됐다. 인근 중개업소에 나온 시세(1억2000만~1억5000만원)보다 최대 3000만원 낮은 값이다.

임대 아파트지만 공공임대보다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민간임대인 점도 인기 요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공공 임대주택은 세입자에게 일정 기간 임대 기간을 보장해줘야 하고 세입자가 우선매수권을 신청할 수 있는 데 비해 민간임대는 그런 게 없고 일반 아파트와 낙찰 과정이 똑같다”며 “입지,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나리움시티는 군산 시내의 신축 아파트 공급이 적은 편이고 대단지 신축 아파트라는 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