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의대 열풍 등 맞물려 경쟁 더 치열해질 듯
우수 학생의 자사고·외고 쏠림·'고교 서열화' 등도 우려
자사고 살아남는데, 내신 부담마저 줄어…사교육 더 심해지나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국제고 존치를 확정하고, 내년부터 고교 내신평가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사고·특목고 진학에 따른 내신 경쟁 부담이 줄어들면서 최근의 '의대 열풍'까지 맞물려 사교육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자사고·외고 존치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정부의 획일적 평준화 정책을 바로잡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해 공교육 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사고·외고를 일반고와 함께 '후기 선발'로 남겨 우수한 학생들의 쏠림 현상을 막고, 선발 과정에서 교과지식 평가를 금하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계속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들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며,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과 맞물려 이번 조치가 우수 학생의 자사고·외고 쏠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올해 3월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고교 진학 후 내신 평가체제가 기존 상대평가 9등급에서 '상대평가 5등급'으로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상위 4%만 1등급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상위 10%가 1등급을 받을 수 있어 내신 경쟁에 다소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고교 교양과목과 사회·과학 융합선택 등 일부 과목은 절대평가를 시행하므로 내신 부담이 더 줄어든다.

내신 부담이 줄어들면 최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이 좋은 자사고·외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학부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사고·외고 진학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자사고나 외고에서 치열한 내신 경쟁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신 부담이 줄어든다면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은 자사고나 외고로 더 많은 학생이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사고 살아남는데, 내신 부담마저 줄어…사교육 더 심해지나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3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3천511명 가운데 자사고 졸업생은 604명으로 17.2%를 차지했다.

외고·국제고 졸업생은 316명으로 9.0%였다.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많다 보니 일반고 출신은 1천724명(49.1%)으로, 전체 신입생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최근 상위권 학생들의 의학계열 진학을 위한 재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여기에 의대 입학정원 확대, 주요 대학의 수능 위주 정시모집 비중 40% 유지 등이 맞물리면서 자사고·외고 선호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더구나 자사고나 외고 등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몰리고 이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이 늘어난다면 '고교 서열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사교육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중3 학생 2천91명, 고1 학생 3천50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월 15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쓰는 학생 비율은 일반고가 7.1%인데 비해, 자사고는 29.0%, 외고·국제고는 21.7%에 달했다.

중3 학생의 경우 월 15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은 '과학고 지망생'이 42.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외고·국제고(19.5%), 자사고(15.7%), 일반고(7.2%) 순이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역대급 불수능, 새 대입제도, 의대 열풍 등과 맞물려 자사고·외고 존치는 경쟁 양상이나 사교육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우리 교육의 핵심 과제인 경쟁 완화 등에 부응할지 의문이므로, 추첨을 통한 선발 등 선발방식 변경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