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리스크에 해운주 방긋…장기 전망은 '글쎄'
홍해 항로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해운주가 급등했다. 해상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며 당분간 해상운임이 오름세를 이어가지만 장기화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2일 흥아해운은 가격제한폭(29.89%)까지 오른 40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75억원, 1억8000만원 어치 사들이며 상한가로 끌어올렸다. 대한해운(14.51%), HMM(5.41%), KSS해운(5.43%)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말 친 이란 예멘 반군인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영국 선박을 공격했다. 이란도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에 영국과 미국은 후티 반군 근거지에 대한 공습에 나서며 홍해 항로 운항이 어려워졌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분쟁 지역인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노선을 선택했다.

해운사 실적과 직결되는 해상운임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6.31% 오른 2206.03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초 1010.81에서 118.24% 올랐다.

희망봉 우회시 운항 기간은 7일 이상 늘어나 글로벌 선복량(선박 내 화물을 실을 공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해는 전세계 해상무역의 15%가 통과하는 지역"이라며 "이번 갈등은 글로벌 금융·원유시장의 단기 변동성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갈등으로 급등 중인 해상운임이 장기간 강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2020~2021년 고운임 시기에 발주된 선박들이 대거 인도될 예정이라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신규 선복량은 323만TEU로 기존 선복량(2846만TEU)의 11%에 달한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6%와 4%의 선박 공급이 예정돼 있다. 국적선사인 HMM도 기존 선복량(78만TEU)의 33.8%인 26만5000TEU의 선박을 발주해둔 상태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중동지역 분쟁이 운임 상승을 가져왔지만 결과적으로 선박 공급 과잉 상태는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SCFI 지수는 850~950선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