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입주 예정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상당수 현장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과정에서 사업 지체로 추가 분담금이 급증하는 동시에 준공이 지연돼 입주 예정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추가 분담금만 700억"…건설사 법정관리에 입주예정자 이중고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울산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최근 조합원에게 가구별 추가 분담금을 통보했다.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사업이 좌초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조합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받는 가구는 1억7000만원이 넘는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전용 59㎡를 받는 조합원 역시 추가 분담금이 1억2500만원에 달한다. 전체 추가 분담금(1000억원) 중 시공사의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분담금만 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조합원은 “시공사가 체납한 하도급 비용과 공기 연장 비용, 새 시공사를 찾는 동안 늘어난 금융 비용까지 합한 금액”이라며 “분양가를 다시 따져 보니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짓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한 재개발 조합도 지난달 시공사의 법정관리에 따른 추가 대출 안건을 총회에 상정했다. 시공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현장이 멈췄고, 그사이 대출 이자가 불어나 추가 대출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조합원도 분담금을 선납하기로 했지만 향후 추가 분담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애초 지난해 7월 입주가 예정됐던 단지”라며 “두 차례나 입주가 연기되더니 시공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언제 입주가 가능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 현장은 모두 HUG 분양보증보험을 들었다. 그러나 사업을 재개하려면 HUG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시공사를 바꾸는 경우 6개월 이상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 그사이 조합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HUG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분양보증사고는 모두 12건이다. 분양보증사고는 2020년 8건 발생한 이후 2021년과 2022년에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 등으로 분양보증사고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사고액이 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 사고 현장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소규모 업체는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