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03년 사업 시행 이후 20년 넘게 팔리지 않는 수도권 2기 신도시 토지에 대해 공공주택사업과 결합한 ‘패키지 공모’, 5년 무이자 등 다양한 혜택을 내세우며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이 분양받았던 토지마저 계약을 해지하는 등 주택 공급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경기 양주와 파주, 평택, 인천 검단 등 2기 신도시 내 팔리지 않은 토지는 90만㎡에 달한다.

안 팔리는 2기 신도시 땅…'토지+주택사업' 패키지 매각
2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LH는 최근 2기 신도시인 평택 고덕신도시 내 미매각 용지 판매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기존 토지 매각 방식에서 벗어나 토지 공급과 공공주택사업을 결합해 판매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공공주택사업과 결합해 토지를 매각하는 경우 사업성이 높아지고 토지를 매수하는 민간의 토지 대금 조달 부담이 줄어든다.

평택 고덕신도시는 2006년 지구 지정을 완료한 뒤 수도권 남부 국제화 자족도시를 표방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준공 예정이지만, 17만㎡가량의 토지가 미매각·미공급 상태로 남아 있다. LH는 무이자 분할 납부 지원 등의 혜택을 내걸고 여러 차례 토지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분양대금을 내지 못해 계약을 취소하는 민간 업체가 늘면서 분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LH는 고덕신도시 내 중심상업용지에 대해 ‘1년6개월 거치, 5년 무이자’ 조건을 내걸고 공급에 나섰다. 그러나 응찰하는 민간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유찰됐다. LH 관계자는 “민간에서 상업용지뿐만 아니라 주택용지도 자금 경색을 이유로 응찰에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검단의 미매각 부지는 55만4816㎡로 미니 신도시급이다. 양주 옥정(9만6119㎡), 파주 운정(5만3838㎡) 등에도 팔리지 않은 땅이 적지 않다. 아직 용도가 설정되지 않은 유보지를 포함하면 팔지 못한 토지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민간에선 높은 분양가와 자금 조달 시장의 위축으로 추가 공급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반응이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로 사업성이 낮아져 보유 중인 땅도 내놓을 처지”라며 “무이자 혜택에 더해 자금 조달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토지 매각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별로 토지 용도 변경 등 최근 수요에 맞는 공급 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