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쏜 총에 맞았는데 여기는 모로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모로코의 황량한 땅에서 염소를 키우는 아이들, 유세프와 아흐메드 형제는 자칼의 위협을 견제하려고 아버지로부터 총을 받았다. 동생이 누군가를 해할 생각 없이 내기로 먼 곳을 향해 총을 발사한 잠시 후 버스 한 대가 멈춰 서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들이 쏜 총알에 맞은 것은 버스에 타고 있던 미국인 여행객 수전이다. 수전은 말이 통하지 않는 모로코 인들의 사람을 살리려는 응급처치도 믿지 못한다.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불신이 깔려 있다. 한편 수전과 리처드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보모 아멜리아는 수전의 사고로 인해 예정보다 더 아이를 맡게 되고,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멕시코 국경을 넘었다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 또 한 쪽에서는 도쿄에서 살고 있는 농인 여고생 치에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치에코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소통의 장애를 겪는 농인 여고생 치에코를 통해 이 영화가 불통에 관한 영화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면 도쿄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밝혀지게 된다.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에서 미국 여행객이 당한 피격은 테러로 간주되며 국제적인 뉴스가 되고 외교 문제로 번진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 효과’ 이론을 스토리텔링으로 훌륭하게 보여주는 체험으로 볼 수 있다. 이 영화에는 특별히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소통의 부재로 인해 오해가 만들어지며 인물들은 곤경에 처하고 슬픔에 빠진다. 친숙하지 않은 것, 다름에 대한 공포는 어쩌면 본능에 각인된 것일 수도 있다. 북미 포스터에 적힌 카피 문구 ‘이해받기를 원한다면... 귀 기울여라’는 더 직접적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팬데믹, 코로나19를 전 세계가 함께 겪은 지금 시대에 세계인들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더욱 많은 이들에게 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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