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공매도 근절을 위한 시스템 전산화 방안으로 각 증권사별 대차거래 플랫폼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단 주장이 나왔다.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다. 다만 시스템 구축을 맡은 유관기관들은 외국인·기관투자자의 표준화된 플랫폼 사용을 강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반박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패널로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 박순혁 작가(배터리 아저씨),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를 비롯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박순혁 작가(배터리 아저씨),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 사진=진영기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박순혁 작가(배터리 아저씨),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 사진=진영기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박 작가 등 개인투자자 대표자와 유관기관 간 의견 차이는 팽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부당국이 시스템 구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만 늘어놓을 뿐 개선안을 도출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무차입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라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고 해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시스템 전산화의 일환으로 모든 증권사가 대차거래 계약 서비스 '트루웹'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작가는 "차입이 안 된 상태에서 주문을 내면 매도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다"며 "공매도 차입·무차입을 걸러낼 시스템을 갖출 의무는 증권사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루웹은 국내 최초로 전산화된 방식의 대차거래 계약을 지원하는 전자정보처리장치로 무차입 공매도의 원인으로 지목된 기존의 수기 거래를 원천 배제해 거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였단 평가를 받았다.

박 작가는 "트루웹을 적용한 대표 증권사인 하나증권은 현재도 무차입 공매도를 걸러내고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이 시스템 도입을 증권사에 의무화하면 될 일이다. 금융당국 결단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정 대표는 실시간 잔고관리·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과거 금융위가 실시간 '차단' 시스템까진 아니더라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은 가능하다고 언급했던 만큼 이는 실행의 문제라고 봤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 박순혁 작가(배터리 아저씨),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를 비롯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진영기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 박순혁 작가(배터리 아저씨),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를 비롯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진영기 기자
하지만 유관기관은 시스템 전산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완전한 전산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대차거래 플랫폼을 쓴다는 건 거래 방식을 표준화한다는 건데 공매도 차입이 거래 관계자 간 협상이 핵심인 장외에서 거래되는 특성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 부장은 별도의 해외 대차거래 계약 플랫폼을 사용 중인 외국인·기관에 국내 플랫폼의 이용을 강제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일원화된 대차거래 플랫폼을 도입한다고 할지라도 대차거래 대여 의사 표시는 사람의 수작업으로 할 수밖에 없단 점에서도 완전한 전산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시간 잔고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선 "개인에 대한 모든 거래 내역은 증권사가 관리하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잔고 관리에 대한 기록은 사무관리 회사가, 자산 보관관리는 수탁은행이, 공매도 주문을 받는 건 증권사가 하는 만큼 업무 수행 기관이 다 다르단 문제가 있어 투자자 자신이 아니면 실시간으로 제 3자가 투자자의 잔고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현재 단계에선 증권사가 외국인·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대차거래 관련 전산화 시스템을 갖췄는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단 게 거래소 입장이다. 송 부장은 "기관의 잔고 관리 시스템을 최신화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게 핵심이고, 1단계로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더 나아가 2단계에선 거래소와 금감원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추가 불법 공매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지 살피고 있다. 내년 6월까지 공론화하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문유 코스콤 금융투자상품부장은 "대차 공매도 방지를 위해선 공매도 잔고관리부터 대차중계 계약 내역, 권리 내역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관리돼야 하는데 트루웹 하나만으론 공매도 방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내 매매는 시간을 다투는 시스템인 반면, 대차중계 계약 확정은 수초 내에 알 수 없단 점에서 대차중계 시스템과 장내 매매 시스템을 연계하는 것 또한 어렵다"고 했다.

여상현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대차부장 역시 "트루웹을 활용하면 외국인과 기관의 잔고 관리를 명료하게 할 순 있겠지만, 장내외 장외를 연결하는 덴 한계가 있어 모든 공매도 거래가 전산화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내와 장외 거래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금감원과 거래소가 TF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