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옛 수도이자 현 왕조(사우드가) 발상지인 디리야 유적지 뒤편에는 타워크레인 수십 대가 보였다. 수도 리야드 서쪽에서 10여㎞ 떨어진 이 지역 인근은 대규모 신도시(710만㎡)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른바 ‘제2의 네옴시티’라고 불리는 ‘디리야 게이트’다. 126억달러(약 16조41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이미 시작됐고, 입찰 단계인 프로젝트도 95억달러(약 12조3700억원)에 달한다.

'초대형 큐브도시' 뉴 무라바 등 기가 프로젝트 17건 쏟아져
현지 건설업계와 중동 건설 정보업체 미드 프로젝트에 따르면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기가 프로젝트는 17건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10억달러 이상(약 1조3000억원), 기가 프로젝트는 100억달러(약 10조3000억원) 이상 프로젝트를 통칭한다.

사우디 정부는 2017년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국가전략 ‘비전 2030’에서 사우디국부펀드(PIF)가 추진하는 기가 프로젝트로 네옴시티, 디리야 게이트, 키디야 등 5건을 선보였다. 이후 PIF 자회사와 정부 기관이 추가로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현재는 17건으로 늘었다.

지난 2월 발표한 ‘뉴 무라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설립한 신생기업 뉴무라바개발회사(NMDC)가 리야드 북서부에 세계 최대 다운타운을 짓는 사업이다. 이 도시 한가운데에는 ‘무카브’라는 큐브 모양의 대형 빌딩이 계획돼 있다.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400m인 이 건물은 미국 뉴욕 맨해튼 면적의 3분의 1가량인 19㎢에 달한다. 작년 11월엔 킹살만 국제공항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2030년까지 1억2000만 명의 여행객을 수용하는 세계적 공항을 짓겠다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기가 프로젝트를 실제로 모두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마스터플랜 단계에 있던 프로젝트는 대부분 건설 단계에 들어갔다. 네옴시티, 디리야 게이트, 로신, 홍해 프로젝트 등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 14개 도시에 21개의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개발하는 세븐 프로젝트도 리야드에 2개 단지가 건설에 착수했다.

김정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내 한·사우디인프라협력센터 협력관은 “흔히 사우디의 기가 프로젝트는 네옴시티 정도만 생각하지만 리야드 인근에서만 10여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며 “다양한 사업이 계획된 만큼 한국 기업이 활약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야드=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