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밝은 사람'이라는 이미지
11월부터 캐럴을 듣기 시작했더니 슬슬 캐럴이 물린다. 딱히 신곡이랄 것도 없다. 매년 같은 가수의 같은 노래를 반복해 들을 뿐이다. 그럼에도 막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끝이 다가오는 것 같아 아쉽다. 연말 특유의 화해와 용서, 축하와 감사의 분위기를 아직은 더 즐기고 싶달까.

한편 ‘회사원 1년차’로서의 삶은 이미 끝났다. 남은 월차를 털어 21일부터 연말까지 쭉 휴가를 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때에 비해 회사원이 돼 보니 연말이 압도적으로 반갑다. 연중 고생을 참 많이 했는데 안 좋았던 일마저도 추억이 돼가기 때문이다. 캐럴을 들으면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효과라도 있나 보다.

올 한 해 참 고생했다는 말이 오가곤 하는데 그럴 때면 “힘들긴 했죠”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밝고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많이 힘들었다. 몸이 피곤하고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면 “밝아서 좋다”는 말도 아니꼽게 들리곤 했다. 내 마음과 다르니 답답한 마음도 들었고, 가면을 쓰고 사는 것 같았다.

막상 얼굴 표정마저 안 좋아질 때면 “그래 요새 좀 힘들지?”하며 측은지심을 살 수 있었다. 얼굴이 좋으면 “요새 좀 할 만한가 봐” 하는데 표정이 안 좋은 게 득인가 싶기도 했다. 내게는 몇 년 선배 중 밝고 씩씩하게 사람 잘 챙기는 선배님이 계신다. 잘 웃고 다니니 사람들이 일 안 하는 줄 안다며 농담처럼 얘기하는 선배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앞으로 계속 ‘밝은 사람’으로 남는 게 내게 좋은 선택일까? 긍정적 에너지를 유지하고자 한 노력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늦가을 즈음, 신입사원 실무면접에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선배님과 점심을 함께했다.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나의 고민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놨다. 그때 들은 얘기가 나의 전환점이 됐다. “누구를 위해서 그러라는 게 아니야. 너를 위해서 밝게 살아.” 담담하지만 따뜻한 몇 마디에 마음이 울렸다.

입사 면접 때 “퇴사를 할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게 내 답변이었다. 일이 힘든 순간에도 함께하는 사람 덕에 유쾌하게 넘어갈 때가 있다. 나는 주변에 그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감정은 전달된다. 찌푸린 얼굴을 보면 찌푸려지고, 한숨을 들으면 한숨이 나오기 마련이다. 난제 앞에서 넘어졌을 때 함께 털어 넘기고 훌훌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통통 튀는 신입의 기세는 사그라들지 모른다. 하지만 은은한 따뜻함만은 꼭 지키려 한다. 올 한 해를 마감하며 밝은 기운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나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