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척중 여학생 레슬링부 10명 "새로운 기술 써먹으면 가슴이 두근거려"
여학생 스포츠클럽 인원, 2∼3년만에 축구 3.9배, 야구 1.9배 늘어
레슬링부 뚜벅뚜벅 찾아온 여중생들…축구·야구 참여도 '급증'
"여학생은 안 받는다고 해서 포기할까 하다가 계속 물어봐서 결국 들어갔어요"
레슬링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능숙하게 서로의 목과 팔을 잡아 넘긴다.

친구의 허리를 잡고 위로 들어 올린 후 바닥으로 업어치기를 한다.

매트로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신나게 웃으며 다음 자세를 잡는다.

21일 찾아간 서울 구로구 고척중 별관 1층 레슬링실에는 여학생 레슬링부가 있었다.

체육중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1∼2명이 아닌 동아리 규모의 여학생 레슬링부가 있는 건 고척중이 유일하다.

고척중은 학교 스포츠클럽 자율 동아리에서 남녀 혼성으로 레슬링 종목을 가르치고 있다.

주5일 매주 오후 4시부터 2시간 남짓 훈련을 한다.

동아리 구성원은 여학생 10명, 남학생 7명이다.

이 레슬링부에 여학생반이 생긴 건 2년 전 한 여학생의 방문 덕분이다.

같은 학급 친구가 레슬링하는 모습을 우연히 봤다가 레슬링에 마음이 뺏겨버린 홍지우(15) 양. 홍 양은 그날 이후 "여학생도 받아달라"며 레슬링부를 찾았다.

전직 국가대표 출신인 이영종(45) 고척중 운동부 지도자는 처음에는 "힘들 수 있다"며 홍 양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홍 양은 다음 해에도 거듭 찾아왔고, 결국 이 지도자는 그의 열정을 받아들였다.

홍 양의 학원 친구인 정소이(15) 양, 강예은(15) 양, 그 밖의 다른 학생들도 소문을 듣고 레슬링부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레슬링부에는 여학생 10명이 들어왔다.

이 지도자가 생각했을 때 한달 만에 그만둘 줄 알았던 여학생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묵묵히 견뎌냈다.

6개월의 훈련을 견딘 여학생들은 대회에서 메달을 따기 시작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 16일 열린 전국종합선수권 레슬링대회에서는 여학생 부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 지도자는 "처음에는 반대하는 부모님도 많았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성실하게 하니까 부모님들이 되레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기 몸을 다룰 줄 알아야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하고, 머리도 맑아진다"며 "여학생 스포츠가 더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슬링부 뚜벅뚜벅 찾아온 여중생들…축구·야구 참여도 '급증'
처음엔 딱 달라붙어 입기 부끄러웠던 레슬링복도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기만 하다.

홍 양은 "시합에서 기술을 적용하면 점수가 바로 나와 성취감이 높다"며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경기에 써먹을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레슬링처럼 그동안 남자 학생들의 전유물로만 보였던 스포츠 종목에 여학생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여학생 축구 스포츠클럽인 '공차소서' 참여 인원은 첫해(2021년) 61명에서 올해 238명으로 2년 만에 3.9배로 급증했다.

여학생 야구 스포츠클럽인 '공치소서'는 지난해부터 활동했는데, 올해 참여 인원은 107명으로 지난해(56명)의 1.9배로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해 '공차소서'와 '공치소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여학생 참여율이 남학생보다는 아직 낮은 편이다.

올해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는 총 3만7천212명의 학생이 참여했는데, 이 중 여학생은 1만2천587명으로 33.8%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여학생 참여율 32.5%보다는 소폭 올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여학생들이 할 수 있는 종목을 꾸준히 개발하고 참여를 유도하려고 한다"며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 외에 다른 종목도 여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보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레슬링부 뚜벅뚜벅 찾아온 여중생들…축구·야구 참여도 '급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