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했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지출안에서 4조2000억원을 깎고, 정치권이 요구하는 예산을 그만큼 채워 넣어 총지출액은 정부안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체적으로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고수했지만, 지역사랑상품권 등 포퓰리즘 예산은 결국 끼워 넣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양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내년도 예산안에 최종 합의했다. 양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검찰 특별활동비 예산 등을 일부 삭감해 총 4조2000억원을 감액했다.

대신 차세대·원천 연구 기술 지원과 연구 장비 구입 등 연구개발(R&D) 예산을 6000억원 늘렸다. 새만금 관련 예산도 3000억원 증액했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역점 사업으로 강하게 밀어붙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도 3000억원 편성했다. 당초 정부안에서는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외에 △소상공인 가스전기료 △요양병원 간병비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청년내일채움 공제 등 사업 관련 예산이 여야 합의를 통해 증액됐다.

여야는 이날 오후 2시께 이 같은 합의안을 내놨지만 내용을 반영한 전체 예산 항목 수정에 12~15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21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19일 경과해서다. 12월 24일 처리한 지난해보다는 빠르지만, 3년 연속 법정 시한을 넘겼다.

윤 원내대표는 “민생과 나라 경제를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양당 간에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예산안 합의에 이르렀다”며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도 “야당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양당이 최선의 협상을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노경목/원종환/박주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