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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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채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중 금리 인하 돌입을 시사하면서 ETF 수익률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퍼진 영향이다.

美 장기채 ETF 일제 상승…거래대금도 급증

14일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는 6.35% 뛴 7455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ETF엔 이날 하루 거래대금 약 176억원이 몰렸다. 지난주 같은 요일(약 30억원)에 비하면 여섯배 가까이 증가한 금액이다.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는 4.37% 올라 4만7915원에 거래됐다.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는 4.72%,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은 2.97% 올랐다.

장기채 ETF가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한 건 채권 잔존 만기가 길수록 금리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30년 만기채와 2년 만기채의 금리가 모두 10bp씩 빠지는 경우 채권 가격은 30년 만기채가 1% 이상 더 오른다"고 설명했다.

'산타로 변신한 파월'에 ETF 상승 기대감

이는 미국 Fed가 내년 금리인하를 시사한 까닭이다. Fed는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 6·9·11월 회의에 이어 네 번 연속 나온 동결 결정이다.

Fed는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중간값에 대해선 4.6%으로 예상했다. 현 수준에 비해 0.75%포인트 낮다. Fed가 통상 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것을 고려해 내년엔 금리 인하가 세 차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미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117%였다. 지난 10월 중순(5.103%)에 비하면 19.3%나 낮다. 통상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올라 ETF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파티는 이르다" 지적도

전문가들은 채권금리 하락세가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에 당장 미 장기채 ETF에만 집중 투자하는 이른바 '몰빵투자'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이 내년 1분기에 곧바로 금리 인하에 나서진 않을 공산이 크고, 금리 인하에 나선대도 이전처럼 유동성을 대거 풀지는 않을 전망이라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은 통상 시장 거래량이 줄면서 같은 재료에도 채권 금리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계절적 특성이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채권 금리가 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추가 하락이 가파르게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시장에 이미 퍼진 금리인하 기대감만큼 Fed가 금리를 내릴지는 확실치 않다"며 "이는 내년초엔 채권금리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윤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 반영된 기준금리 인하 기대 수준은 다소 과하다고 판단한다"며 "내년 Fed가 통화정책을 바꾼다해도 과거처럼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 보다는 금융여건을 일부 완화해 경제가 연착륙 경로를 유지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노동시장이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실업률 수치 등을 보면 고용이 명확히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며 "일단 내년 초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양병훈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