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다른 기관들에게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은 서울역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KTX 고속열차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다른 기관들에게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은 서울역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KTX 고속열차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철도 시설 유지보수 업무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독점 구조를 깨고 다양한 기관들이 유지보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서발 고속철도(SRT)를 포함해 노선이 다변화된 상황에서 보다 안전하면서 효율적인 철도 운영을 위한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철도노조와 국회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철산법 38조는 철도관제, 시설유지보수 등 업무를 대통령령에서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단,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이 단서 때문에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는 현재 코레일이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열차 탈선 등 안전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면서 유지보수 업무의 다원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12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단서조항을 지운 철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토부는 이 개정안이 오는 19일 열릴 국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지보수 업무의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을 분리하면서 철산법이 제정됐던 2003년에는 노선 운영사업자가 노선의 특성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설유지보수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에서 코레일이 유지보수 업무를 맡게됐다. 당시에는 코레일이 철도 노선 대부분을 운영했기 때문에 일리가 있었지만 현재는 SR 수서고속선(수서역~평택), 진접선, GTX-A 등 신설 노선을 각각 SR, 서울교통공사, SG레일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운영사업자가 있는데도 코레일이 이 노선의 유지보수도 맡고 있는 상황이다. 2003년 제정 당시 논리가 이제는 맞지 않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내놓은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컨설팅 결과도 이같은 입장을 뒷받침한다. BCG는 "철도 시설관리 업무를 유지보수와 관제는 코레일이, 건설과 개량은 철도공단이 나눠서 맡고 있는 파편화된 구조가 철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구조로 인해 일관성 부족, 시스템 개선 지연, 사고 발생시 책임공방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코레일이 맡고 있는 관제 업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전체 역의 약 46%에 해당하는 200개 이상의 역에서 관제 업무가 역무와 혼합돼 수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CG는 "코레일 내 관제와 유지보수를 총괄하는 안전부사장을 신설해야 한다"며 "역별 관제 업무를 역무와 분리시켜 중앙관제에 집중시켜 관제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전부사장 신설은 올 초 정부가 제시한 철도안전강화대책에도 포함돼 있다.

박지홍 국토부 철도국장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은 코레일이, 그 외 구간은 해당 운영사 등이 유지보수를 수행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안전지표를 지킬 수 있도록 시행령에 규정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