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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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택시기사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택시기사 자격 없이 일을 먼저 시작하고 3개월 내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선취업제도’를 법인택시에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 2월 택시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좀체 기사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자 내놓은 추가 규제 완화 대책이다.

택시기사 5000명 공급 예상

[단독] 택시도 '先운행 後자격'…기사 5천명 늘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2일 “카카오T 등 플랫폼 기반 법인택시에 한해 적용됐던 ‘선(先)운행, 후(後)자격 취득’ 제도를 일반 법인택시까지 확대하겠다”며 “다음달 국토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모빌리티혁신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취업 제도는 카카오T와 우티, 타다 등 택시 중개 플랫폼사에 이미 적용돼 6000여 명이 혜택을 봤다. 운전 경력이 1년 이상이면 임시자격증을 발급받아 택시기사로 활동한 뒤 추후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업계에선 법인택시 취업 문턱이 낮아지면 5000여 명의 기사가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택시 기사(약 23만 명)의 2% 정도다. 법인택시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선 택시 자격증 1·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1차는 교통안전관리공단이 시행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도로 주행 중심이다. 2차에선 교통법령과 지리 등의 시험을 치른다. 최종 합격까지 2개월가량 걸리는 탓에 지원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취업 후 3개월 동안 월급을 받으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 당장 수입이 급한 미취업자 등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려는 기사들도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 효과 없었다’…기사 되레 감소

국토부가 추가 규제 완화에 나선 이유는 점차 심해지고 있는 택시업계 인력난 때문이다. 업계는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수입이 높은 택배와 배달업계로 택시 기사들이 대거 이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를 운행할 기사가 사라지자 심야시간에 택시가 잡히지 않는 ‘택시 대란’이 지속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지난 2월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3% 올리는 등 기사 처우를 높여줬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비싼 요금 탓에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달 기준 서울 택시기사는 6만9417명으로 요금 인상 전인 지난해 12월 말 6만9509명과 큰 차이가 없다. 2019년 12월 7만9862명과 비교하면 13.0%(1만445명) 줄었다.

심야 시간(오후 10시~새벽 2시) 택시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심야시간 시간당 운행대수는 2만480대로 요금 인상 전인 지난해 12월(2만1785대)보다 1305대 감소했다. 영업 건수도 떨어졌다. 지난달 서울 택시 영업건수는 770만8000건으로 지난해 11월(771만9000건) 대비 1만1000건 감소했다. 이달 1~12일 영업건수는 264만 건에 불과하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연말 승객 수요 증가와 함께 택시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