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9일 라임·옵티머스펀드 판매사 최고경영자(CEO) 제재를 최종 확정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에게 ‘3개월 직무정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게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내렸다. 반면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다. 각 CEO가 이번 제재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박 사장은 올해 말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정 사장도 추가 연임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

○CEO 두 명에게 중징계 결정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CEO 제재안을 최종 확정했다. 각 CEO는 라임·옵티머스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제재를 받았다. 금융위는 세 증권사에 과태료 5000만원씩을 부과했다.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로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3년 만이다.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연임이나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사실상 직위를 내놔야 하는 무거운 징계다. 주의적 경고를 받은 경우엔 해당 징계 외에 추가적인 법적 제한이 붙지 않는다.

이날 금융위 제재 결정은 당초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판단과 다르게 났다. 2020~2021년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박 사장, 정 사장, 양 부회장(당시 사장) 등에 대해 모두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각 증권사의 역할이 차이가 났기 때문에 징계 수위를 달리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과 대신증권은 라임펀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를 판매했다.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은 펀드 운용사의 상품을 단순히 가져다 판매하는 역할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신증권에서 당시 사장을 맡았던 양 부회장은 대표이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의적 경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에 대해선 이날 문책 경고를 확정했다.

반면 KB증권은 라임 관련 펀드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관계를 맺고 펀드를 판매했다. 안으로는 TRS를 통해 증권사가 대출(레버리지)을 일으켜 펀드에 자금을 제공하고 바깥으로는 이 펀드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팔았다는 것이다. 금융위 등이 NH투자·대신증권과 달리 KB증권은 사모펀드 운용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판단한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KB증권은 라임 관련 펀드의 핵심 투자 구조를 형성하고 거래 확대 과정에 참여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위험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법적 다툼 가능성 남아

CEO와 증권사가 이번 징계에 불복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중징계를 받은 증권사 CEO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사 경영진에게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명시했지만 준수 의무는 따로 부과하지 않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이를 근거로 2022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부실판매에 관한 문책경고를 두고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뒤 징계 취소 본안소송에서 작년 말 최종 승소했다.

일각에선 CEO 개인에 대한 제재보다 기관 제재가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EO 제재를 통해선 비슷한 사태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업 자체에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강하게 가하는 쪽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정희원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