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반려동물은 누가 키우나… 댕댕이의 운명은?
이혼 소송 준비에 한창인 A씨는 최근 큰 고민에 빠졌다. 배우자인 B씨가 아무 말도 없이 함께 기르던 반려견을 데려가 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이 더 오랜 시간 반려견을 돌봤다면서 반려견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정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혼을 앞둔 부부들이 함께 기르던 반려동물을 놓고 소유권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이 법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지만 친권 또는 양육권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이혼 후 반려동물은 누가 키우나… 댕댕이의 운명은?

반려동물 누가 데려갈 수 있나

현행 민형사법에선 반려동물은 재물 또는 물건으로 규정돼 있다. 이혼할 때 반려동물을 누가 키울 지를 두고 갈등이 생기면 재산 분할의 문제로 다뤄진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 혼인 후 함께 반려동물을 입양해 키웠는지, 어느 한 사람이 입양한 반려동물을 혼인 후 함께 키웠는지가 소유권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민법 제830조에 따르면 부부 중 한 사람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 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분류하도록 돼 있다.

이 같은 현행법상 부부 중 한 사람이 결혼 전부터 키우던 반려동물이라면 먼저 키웠던 사람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인정된다. 결혼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재산은 특유재산이기 때문이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부부가 결혼 후 함께 반려동물을 입양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반려동물이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물건과 달리 생명이 있는 동물은 분할이 불가능하다. 어느 한쪽이 키우기로 합의하지 못하면 법정 다툼을 통해 누가 데려갈 지를 정해야 한다. 이때는 반려동물 입양비를 누가 냈는지, 반려동물을 등록했을 때 누구를 소유자로 적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한진수 변호사는 "합의를 못한 상황에선 누가 입양비를 지불했느냐와 누가 소유자로 등록돼있느냐가 재판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실제로 재산으로 여겨 매각해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재산을 분할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반려동물을 경매에 넘겨 가치를 산정해 매각한다

해외에선 반려동물 양육권 존재

국내와 달리 해외 여러 국가에선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알래스카주, 일리노이주 등에서 반려동물 양육권을 다루는 법이 존재한다. 양육권을 결정할 때는 반려동물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 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평소 해당 반려동물과 더 친밀한 관계였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은 누가 더 우수한지 등을 고려한다. 예컨대 남편이 부인을 학대해 이혼하더라도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쪽이 남편이었다면 그가 양육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선 2021년 스페인 마드리드 지방법원이 이혼한 부부에게 "키우던 개를 한 달씩 번갈아 돌보라"는 양육권 분할 판결을 내려 주목 받았다. 콜롬비아에서도 지난 10일 "반려동물도 법적 자녀로 간주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