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외교협회·옥스퍼드대 21개국 여론조사…"국민인식 변화"
안보 협력은 미국 선호 많지만 무역은 "중국과 더 가깝다" 우세
'자국 미래 낙관적' 한국 18%·튀르키예 19%…인도는 86%

국제 사회에서 서방과 비(非)서방의 대립 구도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으며 안보와 무역 등 사안별로 합종연횡하는 시대로 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와 옥스퍼드대는 21개국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낸 보고서에서 서방과 비서방 구도는 더는 국제 동맹의 본보기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유럽과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여전히 21세기를 서로 다른 두 이념과 정치 체제 사이의 양극화된 경쟁의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서방은 물론 서방 이외 지역의 많은 사람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9~10월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11개국과 미국·중국·한국·인도 등 10개 비유럽국가의 국민 총 2만5천266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국가별로 18세 이상 성인 약 1천명씩이다.

"'서방 대 비서방' 구도는 옛말…국제사회, 사안별 합종연횡"
지정학적 리더십과 관련해 한국(응답자의 82%), 인도(80%), 브라질(66%), 남아프리카공화국(54%) 등은 중국과 그 동맹국보다는 미국 진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국가에서 인권과 안보 협력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진영보다는 미국 진영을 더 많이 선호했다.

자국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의견은 인도(86%), 인도네시아(74%), 중국(69%) 등에서 많았지만 한국(18%), 튀르키예(19%), 미국(24%)에선 적었다.

비관적으로 보는 의견은 튀르키예(58%), 미국(47%), 한국(40%) 등에서 낙관론을 앞질렀다.

이민을 간다면 어느 국가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한국(75%), 튀르키예(71%), 브라질(68%), 남아프리카공화국(65%) 등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을 고른 비율이 높았다.

"'서방 대 비서방' 구도는 옛말…국제사회, 사안별 합종연횡"
그러나 무역과 관련,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과 더 가깝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러시아(74%), 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각 60%) 인도네시아(53%) 등에서는 중국이 더 많이 꼽혔다.

미국을 더 많은 선택한 곳은 인도(65%)와 브라질(50%)뿐이었다.

일부 중견국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주요 스포츠팀이나 신문사, 기술업체 등을 인수하는 것을 비롯해 자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수용 입장이 29%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대해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 분쟁이라고 보는 시각이 러시아(63%), 중국(57%), 사우디아라비아(54%), 튀르키예(51%)에서 많았다.

반면 미국(20%), 인도(24%), 유럽연합(EU) 회원국(36%)에서는 적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전쟁이 길어지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러시아의 승리 전망은 러시아(86%), 중국(74%), 인도(63%) 등에서 많았는데 미국(52%)에서도 그 시각이 다소 우세했다.

반면 유럽(46%)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유럽 이외 국가의 응답자들 가운데 41%는 EU가 20년 안에 붕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CFR과 옥스퍼드대는 이번 보고서에서 "유럽과 미국이 여전히 중국, 러시아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존중할 가치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정치적 동조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방과 비서방의 구도에서 어떤 사안이든 한쪽 진영에만 가담하는 '세트 메뉴' 방식보다 사안별로 파트너 국가들을 달리하는 '단품 선택 세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