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어긴 위조품, 공매나 재활용 어려워"…대부분 소각 절차
정품시가 1조원 넘지만…해경에 압수된 명품 짝퉁의 운명은
최근 정품 시가로만 1조5천억원어치에 이르는 명품 '짝퉁'을 밀수한 조직이 해양경찰에 적발되면서 압수 물품의 향후 처리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12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경은 최근 관세와 상표법 위반 혐의로 국내 밀수 총책 A(51)씨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중국에서 국내로 들여온 위조품은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버버리·구찌 등 명품 짝퉁 5만5천810상자로 정품 시가만 1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해경 단일 사건 중 최대 규모의 밀수액이다.

이들 제품 중 상당량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픈마켓을 통해 정품이 아닌 레플리카(가품)로 유통됐지만 657상자 4만721점은 해경에 압수됐다.

해경은 가방·의류·향수 등 압수품을 사무실 3칸 정도의 유휴 공간과 창고형 컨테이너 2개를 활용해 보관하고 있다.

압수물은 통상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몰수 판결이 나면 검찰이 처분 지휘를 하게 된다.

검찰 압수물 사무규칙에 따르면 몰수물이 경제적 가치를 지닌 '유가물'인 경우에는 공매에 부쳐 판매 수입을 국고에 납입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해경이 압수한 물품은 모두 상표법을 어긴 위조품이기 때문에 전부 소각 등의 방식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은 법령상 생산·제조·소지·유통이 금지된 압수물로서 부패 우려가 있거나 보관이 어려운 압수물은 권한 있는 자의 동의를 받아 폐기할 수 있도록 했다.

정품시가 1조원 넘지만…해경에 압수된 명품 짝퉁의 운명은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 등을 우려해 경찰이 상표권자의 동의를 얻어 압수 위조품의 상표를 떼고 사회복지단체에 기증하는 사례도 종종 있긴 하다.

실제 앞서 2010년 부산경찰청은 원래 상표권자의 기증 동의와 검찰 승인을 얻어 짝퉁 운동화 압수품 200켤레를 사회복지단체에 무상기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압수품은 해외 명품 브랜드여서 이들 기업으로부터 압수품 기증 동의를 얻기는 사실상 어렵다.

해경 관계자는 "이번 압수물들은 유명 브랜드 위조품이어서 재활용이나 사용이 불가능할 걸로 보인다"며 "이후 검사 지휘를 받아 폐기업체에 의뢰하면 용광로에서 소각하는 방식으로 처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도 "수사 중인 상황이라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인 경우 이 같은 압수물은 모두 폐기 처분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항공사 하청업체 직원이 인천국제공항의 승객들 위탁 수하물에서 몰래 훔쳤다가 경찰에 적발·압수된 억대 금품은 주인이 있어 다른 방식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1억5천만원어치의 압수물 중 위조품은 폐기되고, 진품들은 소유주를 찾는 검찰의 공고 절차를 거친 뒤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 공매에 부쳐진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내가 잃어버린 물건 같다'는 문의 전화가 오고 있으나 환부(소유주에게 되돌려줌)도 검사 지휘를 받아야 가능하다"며 "열흘 이내에 구속 피의자를 송치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환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