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진행 중인 서울 영등포역 일대 조감도
재개발 진행 중인 서울 영등포역 일대 조감도
서울 영등포역 인근 재개발구역의 조합장이 보유한 성매매업소 건물이 몰수보전됐다. 검찰과 법원은 이 조합장이 성매매로 벌어들인 수익을 환수하면서 그가 이 건물로 더는 성매매 알선을 하지 못하도록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영등포 도심역세권 도시정비형재개발사업의 조합장 A씨가 재개발구역에 보유한 약 36㎡의 토지와 그 위에 지어진 지상 3층 건물을 몰수보전해달라는 검찰의 청구를 최근 받아들였다. A씨는 재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매매 증여 저당 등 이 건물에 관한 어떤 처분도 할 수 없다. 무죄가 확정되면 몰수보전이 풀리지만, 유죄로 최종 결론이 나면 건물은 곧바로 국고에 환수된다.

A씨는 2019~2020년 해당 건물 등에서 성매매 종업원 네 명을 고용해 알선 행위를 한 혐의로 2021년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 후에도 성매매 종업원에게 월세를 받아 본인의 건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올해 4월 추가로 기소됐다. 그는 이미 1994년부터 윤락행위등방지법, 청소년보호법,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으로 수차례 처벌 받았다.

A씨는 재판을 받는 상황임에도 지난 6월 영등포 도심역세권 도시정비형재개발사업의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서울시 고시에 따르면 이 재개발사업은 A씨 건물이 있는 영등포동4가 431-6 일대 2만3094㎡에 아파트 999가구와 오피스텔 477실, 공공주택 1190가구 등을 짓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계획대로 2025년 재개발이 마무리되면 오래된 공장과 홍등가, 쪽방촌이 밀집된 낙후지역이 대규모 주택과 상업시설이 조화를 이루는 역세권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A씨는 몰수보전 조치로 법정에서 무죄를 인정받지 못하면 재개발 수혜를 누릴 수 없게 됐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파악한 A씨의 성매매 알선수익은 공시지가 등으로 추산한 건물 가치(2억5000만원)를 훌쩍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A씨가 재판을 받으면서도 계속 성매매로 돈을 벌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범죄수익 환수와 추가 범행을 차단하고자 서둘러 몰수보전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