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권짜리 대하소설 '백성'…김동민 작가 "만백성 메아리 모았다"
완성까지 꼬박 20년…'토지'보다 분량 많아 "집필을 시작해 완성까지 무려 20년이 넘게 걸렸는데, 이렇게 책이 나오니 가슴이 많이 뛰네요.
"
스물한 권짜리 방대한 분량의 대하 역사소설 '백성'을 최근 출간한 김동민(68) 작가는 지난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책을 펴낸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200자 원고지로 3만2천여 장 분량의 대작이다.
출판사 문이당에 따르면 '백성'의 분량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대하소설 중에서 가장 많고, 박경리의 '토지'(전 20권)보다도 더 많다.
소설엔 조선 말 무관 김호한과 윤씨 사이에서 태어난 무남독녀 '비화'를 중심으로, 조선인과 일본인을 비롯해 미국인, 호주인, 프랑스인 등 4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집필을 시작해 경남일보에 일부를 연재한 뒤 완성까지 약 20년이 걸렸고, 편집과 교열, 인쇄 등 제작에만 2년 가까이 소요됐다.
40대 후반에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책이 나온 지금은 일흔을 앞둔 노인이 됐다.
"제 고향 진주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는데 일이 이렇게 커졌습니다.
"
소설의 주된 배경은 김 작가가 나고 자라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경남 진주다.
조선 말부터 해방 직전까지 진주 두 가문의 치열한 사투를 통해 당시 조정과 외세의 부당함에 항거하는 민중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특히 임술년(1862년) 진주농민항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조정의 가혹한 수탈에 맞서 유계춘·이귀재 등이 관가에 항의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농민들과 반란을 일으켜 진주성을 점령한 일이다.
민란은 곧 진압됐지만, 충청·전라·경상도를 비롯해 함경도와 제주도까지 민심 이반이 확산했고, 당시 농민들은 점차 사회 개혁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이런 농민층의 성장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으로 이어진다.
진주농민항쟁의 주역 유계춘은 이 소설에선 '유춘계'로 나온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권 노래라 할 수 있는 언가(諺歌)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를 만든 인물이다.
"진주 지방에 전승되는 이야기들을 어른들한테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도 어렸을 적 뭔지도 모르고 흥얼거리던 노래였지요.
진주농민항쟁을 비롯해 전국 최초로 남녀공학 교육이 시작된 일, 이 지역의 천주교 박해 등 고향의 역사 속 얘기들을 소설로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책에 덧붙인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백성'을 쓴 의도를 설명한 대목은 이렇다.
"떠도는 만백성의 메아리를 한데 모아 '꽝!'하고 한 방 세게 후려치고 싶었고, 그 형상화의 결정체가 이 소설 '백성'이다.
"
집필한 순서대로 한 권씩 순차적으로 출간되지 않고 한꺼번에 21권 전권이 출간된 것도 눈길을 끈다.
"분량이 너무 많아 문이당의 임성규 대표님이 특히 고생을 많이 하셨지요.
우리 문학에 대한 애정과 고집이 대단한 출판사더군요.
"
엄청난 분량에 독자들이 지레 겁을 먹을 법도 하겠다는 말에 작가는 "꼭 제 작품이 아니더라도 긴 분량의 소설도 좀 천천히 읽어보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편소설, 특히 대하소설엔 여러 서사가 담겨있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깊은 지혜가 많이 녹아 있어요.
요즘 보면 모든 콘텐츠가 짧은 쪽으로 가고 있고, 젊은이들의 (긴 콘텐츠에 대한) 인내심도 적어지는데, 긴 글을 많이 좀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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