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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총선용 '공매도 극약처방'…증시 변동성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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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한결 증권부 기자
    “시장이 혼탁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지금 고치면 되지, 8개월을 두고 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최근 만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금융당국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제도를 개선한답시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공매도 거래를 임의로 막아 시장 변동성을 키웠어야 했냐는 지적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내세운 표면적인 원인은 BNP파리바와 HSBC 등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거래 적발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수준이 아니라 유리가 다 깨져 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돼 있는 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게 공매도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한 이유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당국은 이미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여러 번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를 거론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제도 측면을 봐도 거래 전면 중단까지 해가며 손댈 곳이 많은지 의문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90일 단위로 통상 1년까지, 기관투자가는 3·6개월에서 최장 1년 단위로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다. 투자 담보 비율은 기관과 외국인에게 105%, 개인은 120%를 적용한다. 개인들은 개인과 기관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환 기한과 담보 비율 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공매도를 전면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당국은 지난해 7월 개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기존 140%에서 120%로 한 차례 내렸다. 당시엔 단순 발표를 통해 처리했다.

    정부가 공매도 전면 중단을 본격 논의한 것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한 국민청원이 5만 명을 넘긴 다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책을 주도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총선에서 불리한 상황인데 유권자들이 원하는 조치를 왜 못하냐”고 한다. 공매도 전면 중단 조치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카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매도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6개월간 거래를 막는 ‘부작용 감수 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과 멀어진 한국에 실망해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누가 책임을 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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