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스로 만든 룰마저 부정하는 민노총의 자기모순
“자신들이 만든 룰을 불공정하다고 하다니, 자기모순이 따로 없네요.”

6일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 지명을 둘러싼 민주노총의 반발에 대해 “노동이사제 지명 시스템은 양대 노총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랜 협상 끝에 만들어낸 제도”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오 시장이 최근 공사 노동이사로 직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민주노총 소속 노기현 후보와 3위인 올바른노조 소속 조은호 후보를 지명한 것을 두고 민주노총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직원 선거에서 2위인 민주노총 소속 후보를 ‘패싱’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MZ노조(올바른노조) 후보를 선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다르다. “MZ노조 후보 당선으로 민주노총의 독불장군식 행태도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노동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 논란이 민주노총의 ‘자승자박’이란 지적이 많다. 노동이사제는 2016년 양대 노총이 노동계에 호의적인 문재인 정부와 박 전 시장을 등에 업고 도입했다. 공사의 경우 직원 선거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4명 가운데 시장이 노동이사 2명을 지명한다. 과거 한국노총 소속으로 활동한 노동계 인사는 “양대 노총이 항상 1~4위를 독식할 것이란 인식하에 이런 룰을 만들었다”며 “노동이사를 ‘맡아 놓은 자리’로 여기는 기성노조의 오만함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사 규정 그 어디에도 직원 선거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후보에게 노동이사를 맡겨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득표 순위대로 지명해야 한다면 지명 인원의 2배수를 시장에게 추천하는 절차를 둘 이유도 없다. 오 시장은 규칙에 따라 노동이사를 임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대 노총이 노동이사를 독식할 땐 아무 지적도 없었던 사안”이라며 “갑자기 이 문제를 들고나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내부는 민주노총을 견제할 장치가 생겼다며 반기고 있다. 공사 내에서 민주노총은 소속 조합원만 1만 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한국노총(3000명)과 올바른노조(2000명) 소속 조합원을 합쳐도 민주노총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번 노동이사 후보 선거엔 유일하게 민주노총에서만 2명의 후보가 나왔다. 민주노총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선거 상위 1~2위를 차지할 수 있는 구조다. 공사 노동이사제의 불공정성을 오 시장이 아니라 민주노총에 따져 물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