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산업현장 아우성에도 지지부진한 외국인력 대책
“숙련도 낮은 비전문 외국인력(E-9)의 작업 능력을 과연 단기간에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31일 발표한 ‘외국인력 숙련화 지원 방안’에 대해 한 조선업 하청업체 인력 관리자는 이같이 말했다. 고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E-9 근로자에게 4주 이상의 직무·언어·문화 교육을 제공하는 특화훈련 대상자를 올해 약 500명에서 내년 4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올해 조선업을 대상으로 E-9 특화훈련을 처음 도입해 시범운영하고 있고, 내년부터 뿌리산업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동남아시아와 저개발 국가에 편중된 인력 송출국을 다변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E-9 근로자는 숙련도가 낮아 단순 작업만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베트남 태국 필리핀 네팔 등 16개 국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E-9 근로자를 받고 있다. 이들 국가의 근로자는 한국어능력시험과 분야별 기능시험을 통과해 선발된 뒤 E-9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E-9 국가별 국내 체류자 수는 네팔이 4만5841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캄보디아(4만2150명), 베트남(3만5340명), 인도네시아(3만3050명), 미얀마(2만5720명) 등 순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는 많지 않다. 조선업의 경우 네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내륙 국가에서 온 인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조선업 건설·플랜트 등 업종에서는 숙련 외국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건설·플랜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 석유화학 설비를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도 이날 현대삼호중공업 등 6개 조선사와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인력난에 대응하고 있으나 현장은 여전히 숙련인력 부족으로 숨 가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송출국 확대에 공감하고 있다. 2019년께 E-9 송출국 확대를 추진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보류했다. 이제 코로나19도 진정된 상황인 만큼 조속히 재추진에 나서야 한다. 인도 등 제조업 기반을 갖춘 국가의 인력이 들어오도록 문호를 열어야 한다. 고도화된 한국 산업 수준에 걸맞은 외국인 인력정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