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MZ와 잘파 그리고 그 다음
MZ세대라는 표현에 익숙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또 ‘잘파세대’란다. 기존 제트세대와 2010년대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일컫는 합성어라서 잘파(Z+alpha)라는데, 다음에는 또 무슨 세대가 나올지 신조어의 호흡을 따라가기가 벅찰 지경이다.

386세대부터 X세대, 신세대, Y세대, MZ세대….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가 소개될 때마다 그 어원이 무엇이고 그 세대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기사가 앞다퉈 나오고, 독자들은 혹여 최신 흐름에 뒤처질까 싶어 그런 기사를 탐독한 후 지인들에게 자신의 시사 상식을 뽐내기도 한다.

필자는 1990년대 학번으로 이른바 X세대다. 문민정부 시대에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기만 아는 철없는 요즘 애들’로 평가받던 필자의 세대가 ‘라떼는 말이지…’를 달고 사는 옛날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세대 구분의 신조어는 정작 ‘OO세대’에 속하는 당사자들이 직접 만든 표현이 아니고, 항상 기성세대가 그 시대의 가장 젊은 층을 ‘OO세대’로 그럴듯하게 규정짓고 먼저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OO세대’의 특징이라고 설명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바라볼 때 따라오는 ‘나 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약간의 못마땅함과 ‘나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라는 약간의 부러움이 항상 복합적으로 담겨 있는 듯하다.

통계나 학문적인 측면에서 출생 연도에 따라 세대를 구분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외래어를 동원해서 굳이 인위적으로 세대를 구분해서 특징짓고 이를 사회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구분들이 경험 있는 선배의 조언은 꼰대의 잔소리로 매도하고, 도전하는 후배의 패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 건방짐으로 평가절하하는 데 일조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대 간 편 가름을 하다 보면 다른 시대를 살아온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보다 서로의 틀림만을 강조하면서, 결국 직장 내 갈등과 괴롭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다.

간혹 사내 갈등의 법적인 문제들에 관해 강의할 기회가 있을 때,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커피’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무엇인지 수강자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누구는 폴킴의 ‘커피 한잔할래요’가 생각난다고 하고, 누구는 10cm의 ‘아메리카노’를 얘기하기도 한다. 누구는 자기도 모르게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를 흥얼거리다 펄시스터즈를 기억하는 의도치 않은 본인의 나이 고백에 가벼운 웃음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노래가 생각나는지 무슨 상관이 있으랴. 커피 한잔에 담긴 각자의 추억과 기억이 다를 뿐, 나와 다른 노래가 생각났다고 해서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닌 것을.

이렇게 보면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들은 복잡하게 구분 짓지 않아도 결국 서정적 표현으로 하면 모두 ‘청춘’이고, 현실 친화적 표현으로 하면 ‘요즘 젊은것들’이 아닐까 싶다. 결국 ‘OO세대’라는 표현을 강조해서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을 편 가르기 하기에 앞서서, 나의 윗세대에게도 그들이 가장 반짝거리던 청춘이 있었고, 내가 수많은 실수와 좌절을 경험한 그 청춘을 나의 아래 세대들이 지금 지나고 있음을 이해한다면 직장에서 발생하는 세대 간의 많은 갈등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